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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미녀와 결혼하기

ravenclaw69 (mediamall)
2018-04-17 09: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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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님은 공인된 미인입니다. 이 트윗 뿐만 아니라 팟케스트 안물어봐도 알려주는 남얘기에서 대선진리회 홍대선 작가도 인증하는 사실입니다. http://www.podbbang.com/ch/11373

이러다보니 어떻게 만났으며 어떻게 결혼했는지에 대한 청문회가 종종 열립니다. 제가 뭔가 사술을 부렸을 것이라고 믿는 분들이 절반, 아내님의 남자 보는 눈이 너무 낮은게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절반 정도 되더군요. 네팔 지진으로 10년간 고생했던 것도 다 털어먹고, 남은 거라곤 550만원짜리 체납 세금 독촉장이니 전자에 혐의를 두는 분들이 조금 더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2010년에 삽질하지 않고 비트코인 체굴이나 했으면 인생이 훨씬 더 쉬웠을텐데 라는 생각만 종종하고 있습니다. ㅋ

2012년에 네팔의 문화부장관, 국회의장 등이 참석하는 종교행사 기획을 했었습니다. 이런거 했던 이유는 “외자 기업은 언제든 꿀만 빨고 떠날 수 있는 이들이다”는 현지인 정서가 있기 때문이죠. 특히 지금도 다시 네팔 집권 여당인 통합 공산당의 마오주의 분파는 1990년대에 총을 잡으면서 요구했던 것 중에 하나가 “외국 기업은 네팔을 떠나라” 였습니다. 정권 잡고 나서 바로 입장 바꾸긴 했지만, 그 정서는 어디가지 않죠. 그러니 없는 형편에도 네팔 사람들을 위해, 한국과의 교류협력을 계속 끌고 가겠다고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뭐 가장 큰 문제는 외국 기업이 네팔에 투자한다고 돈을 넣으면 철수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입니다만.

여튼, 불교 행사는 네팔 소수민족들에게 상당히 어필할 수 있는 것이어서 열심히 참석했습니다. 특히 2012년 행사는 몇 년전에 네팔인 열 댓명이서 하던 일을 저 혼자서 북치고 장구쳐야 했던터라 급속도로 피폐해졌었죠. 극도로 피곤한 상태에서 떡진 머리로 수바스 넴방 네팔 국회의장 환영식 준비 회의자리에 갔었습니다. 미팅 장소는 호텔 로비. 아내님은 특급호텔 로비라는 곳에 난생 처음 와서 많이 긴장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저는 처음 보는 초미녀에 바로 넋이 나가서 뭔 이야길 했었는지 전혀 기억 안 납니다. 그날 저녁 먹을때 '저 평생을 같이할 분을 찾았습니다"라고 흥분해서 떠드니까 다들 미친 놈 취급했습니다. 네팔은 연애가 그렇게 자유로운 국가가 아니거든요.

 

첫 미팅 후, 행사 준비하는데 이틀 정도 준비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글에선 안 밝혔던 겁니다만, 아내님은 한국으로 치면 인구 140만 정도 되는 집단의 미인대회 우승자입니다. 네팔의 경우엔 본인 성씨들끼리의 미인대회가 따로 있어요. 2010년 미인대회에서 공동 선을 했지요. 그리곤 저희가 행사를 준비하던 인근지역 FM방송국에서 프로그램 몇 개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알고보니 아내님은 라디오 프로그램 이외에 대규모 행사 진행은 해본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거기다 이 행사는 네팔 국회의장님이 참석하는 환영행사. 사실 간단하게 한국어와 영어로 다른 분이 순서를 읽은 다음에 네팔어로 그 내용을 전달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긴장을 많이 하더군요. 환영 행사니까 환영사 정도는 자기에게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 앞선 스케쥴은 어떻게 되느냐 등등을 꼬치 꼬치 묻더군요.

뭐 아는 대로 대답했었습니다만, 뭔가 불안한 모습이었습니다.

행사날 꽃단장 하고 나타나셨죠. 그런데... 수백 명의 외국인들이 앞에 앉아 있고, 국회의장이 내빈석에 앉자마자 얼었던 것 같았습니다. 한국 분들이 약간 흐트러진 상태로 앉아 있으니 원래 진행하려고 했던 행사 큐시트를 떨구면서 본인이 이야기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지 못하더군요. 나중에 물어보니까 원래 짰던 행사 식순이 몇 단계가 바뀌면서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었다고 합니다.

다른게 찬스인가요. 어필하려는 분께서 어려움을 겪고 계실때 그 어려움을 해결해드릴 수 있는 것이 찬스지. 행사 식순이 뒤죽박죽 되면서 올라와서 마이크 잡았던 분들의 발언 내용을 간단 간단하게 요약해 주는 메모를 쓰면서 맨 위에 이렇게 적어줬습니다. “Don't be nervous, just focus on cue sheet.”라고. 그리곤 전해주면서 제가 뭔가 썰렁한 농담을 했다고 하는데 저도 기억 안나고 아내님도 기억 못합니다.

그 다음부턴 그럭저럭 행사 진행을 하고, 나중엔 국회의장 수행원들과 참석한 내빈들의 네팔어-영어 통역도 곧잘 하더군요. 야구로 치면 루키가 기세 등등하게 경기에 나섰다가 헨드볼 점수를 상납하는 그림이었죠. 그래도 어색하게나마 같이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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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 정도까지 이야기하면 여기서부터 반작용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딱히 잘 난 것 없는 저도 남의 나라 미녀와 결혼하는데, 나라고 안 될 것 없지 않냐는 분이 나오시거든요.

사실 이 문제는 잘났냐 못났냐의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포맷 문제입니다. 아무리 이쁘고 설득력 있게 만든 프리젠테이션 파일이라고 하더라도 맥OS에서 키노트로 만든 것은 PC의 파워포인트로 바로 열 수 없습니다. 물론 변환 가능하지만 변환과정에서 키노트에 넣었던 각종 효과들은 거의 대부분 사라집니다. 한국에 좋은 집 있고 좋은 직장있고 해봐야 현지에선 그 앞에서 찍은건지 본인건지 어떻게 아느냐가 되어버립니다.

무엇보다, 아직도 상당히 많은 나라에서 결혼이란 개인대 개인의 결합이 아니라 가족과 가족의 결합입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 기억하시나요?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어느 지역의 누구의 아들 누구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가문이 자신을 드러내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외국인은 이런 가문의 배경이 없는 사람입니다. 넘을 수 없는 절벽이나 다름없지요. 현지에서 괜찮은 직장에 다니고 현지에서 평판을 어느 정도 쌓은 사람이라고 하면 이때는 뭐 어떻게 가능은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평판은 일 이년에 쌓이는게 아닙니다. 지구상 어디든 일하러 가서, 혹은 공부하러가서 수년간 일하지 않는 한, 현지인 친구를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저런 활동들로 아주 좋은 평가가 많이 쌓여 있고, 현지에서도 큰 소리 치는 친구들이 생기면 그때 ‘가능’해지는거죠. 현지에서 평판을 얻을 정도의 세월과 관계를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현지 여성에게 접근하면 외국인 치한 됩니다. 그리고 외국인 치한에 대한 처벌은 상당히 셉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의 관광지에서 종종 외국인 남성이 시체로 발견되는 경우는 이 경우들입니다. 뭐 태국의 경우엔 그나마 좀 나아서 몰매 맞고 끝나기도 합니다.

해외 여행 나가서 사귈 수 있는 친구들은 같은 여행자들입니다. 일단 문화적 관용도가 높아요. 비슷한 호기심을 공유하고, 방문국에 대한 감정도 비슷하게 공유합니다. 그러니 이야기해볼만한 것들이 많지요. 혼자 여행 갔다가 둘이 함께 귀국하는 경우, 대부분은 이런 사례들입니다. 이 분들은 엑스 스포츠, 혹은 엑티비티라고 하는 걸 잘 하시는 분들이 많지요. 버스커들도 많구요.

저는 그 세월을 네팔에서 일하면서도 네팔 사람이랑 결혼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네팔은 미녀들보단 미남이 많은 나라고, 제 성 정체성이 헤테로이다보니 별 생각도 없었어요. 그저 외국인이 남의 나라에서 일하려면 한국보다 훨씬 더 성실해야 한다는 기본칙만 지켰을 뿐입니다. 요즘 GM 갖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외국 기업이 남의 나라에서 사업을 하려면 반드시 넘어가야 하는 것이 ‘너네 돈 벌면 튈 놈들이잖아’라는 편견입니다. 그 편견 넘어서는 것만 신경 썼었어요.

그랬으니 제 결혼식때 국회의원 아내와 네팔 경찰부청장 아내님이 와주셨던거죠.

맨 왼쪽분이 구릉 커뮤니티 의장 아내, 그리고 그 분 오른쪽에 체격 좀 있으신 분이 네팔 경찰부청장 아내님입니다. 적극적인 여성운동가로 집회와 시위의 가장 앞자리에 나가는걸 마다하지 않아 진압 경찰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분이기도 합니다.


  Samuel Seong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메인 저자입니다. 모매체 국제부에 한 20년 글썼고 요즘은 xsfm 그알싫에 종종 등장하는 그 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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