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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카 용병 이야기

ravenclaw69 (mediamall)
2018-06-07 09: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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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사실 얼마 없습니다. 히말라야, 지진, 가난한 나라 뭐 이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밀덕이라고 한다면 아마 구르카 연대로 기억할 겁니다. 예를들어 딥프라사드 푼 같은 무적의 용사로 말입니다.

소총탄 400발, 17개의 수류탄, 지뢰와 심지어 삼각대로 30명의 탈레반을...

이 분들 이야기부터 좀 해볼까 합니다. 

1 구르카 족이라고?

네팔에 구르카 족은 없습니다. 구르카는 네팔말로 '사람' 혹은 '네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2015년 네팔 지진은 이 이름을 가진 작은 도시 근처가 진앙이었습니다. 구르카 용병이라고 하면 보통 세 그룹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영국군 구르카 연대로 가는 분들, 또 한 그룹은 영연방 국가들의 구르카 연대로 가는 분들, 마지막으로 인도의 구르카 부대입니다.

최강은 영국군의 구르카 연대로 가는 분들인데, 여기 입대자격은 네팔의 소수산악 부족이어야 합니다. 성이 구릉, 라이, 세르파, 따망 등인데 공통적인 것은 이들이 몽골리안이라는 겁니다. 네팔인 대부분은 아리안 계통이라 서양인으로 보이거나 그 구분이 애매한 분들인데 영국군 구르카 연대로 가는 분들은 모두 동양인입니다.

아예 특정 부족만 뽑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초영어회화 능력에 수학은 물론 면접까지 통과해야 하는데, 가장 빡센게 체력테스트에요. 머리로 드는 바구니에 돌덩이 25kg(여자는 15kg)을 넣고 5마일을 뛰어야 하는데 그게 해발 3000~5000 사이의 구간입니다. 저지대 출신이면 이 테스트 받다가 고산증으로 쓰러집니다.

이런 테스트로 가장 우수한 인력들이 영국군으로 갑니다. 그 다음으로 우수한 인력들을 모아서 영연방 국가의 경비병력으로 보내고, 인도군에서 뽑는 이들은 딱히 소수산악부족 출신이 아니어도 됩니다. 인도가 이들을 뽑아가는 이유는 인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종교분쟁에 투입하기 좋기 때문이죠. 무슬림이 뭔 사고 쳤는데 힌두교도들이 대부분인 부대를 넣으면 학살이 벌어질 것이고, 힌두교가 뭔 사고를 쳤는데 무슬림을 넣으면 부대에서 테러가 벌어질 수도 있거든요. 열차 강도를 상대한 비슈누 쉬레스타는 여기 소속이었습니다.

2 영국군 구르카 연대

영국군 구르카 연대 부대원들이 지금까지 영국 최고의 무공훈장이라고 하는 빅토리아 크로스를 받은게 열 세번인가 그렇습니다. 심지어 두 번은 부대 전체가 받기도 했다죠. 이 양반들의 전설에 대해선 뭐 굳이 반복할 필요 없을 것 같구요. 한국에선 잘 안 알려진 이야기들만 추가해보도록 하죠.

2-1 영국군 지휘관은 네팔어 연수를 갑니다.

영국군 구르카 연대에 배치되려는 영국군 장교는 부대에 배치되기 전에 최소 3개월간 네팔에 어학연수를 갑니다. 물론 이 기간중에 네팔의 문화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도 받습니다. 한국에서 네팔인과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라면 몇 마디를 배워보세요. 서로간의 친밀도가 달라집니다. 영국이 200년간 구르카 부대를 운용하면서 배운 노하우 중에 하나인 셈입니다. 참, 이 분들은 술잔이 항상 차 있어야 하는 문화입니다. 한국문화보단 이 분들 문화에 조금이라도 맞춰주면 훨씬 친해집니다.

2-2 영국군 구르카 부대의 훈련기간, 39주

네팔에서 선발된 구르카 부대원들은 영국으로 가서 39주의 훈련을 받습니다. 아홉달에 가까운 시간은 훈련병으로 지내는 이유는 이들이 투입되는 지역이 말 그대로 전세계의 가장 험지들이기 때문입니다.

2-3 그래서 가능한 일들. 100km를 8시간에 주파하기

매년 여름 영국 출신의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은 영국 남부 지역의 산간지역 100km를 4인 1조로 돌파하는 달리기 대회를 엽니다. 30시간 내에 들어와야 참가 인정서를 받는데, 가장 잘 뛰는 영국인들이 이 경기를 끝마치는 시간은 통상 12~13시간 정도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분당 138미터 정도의 속도로 걷는 거죠. 사실 이것만 해도 대단합니다만, 구르카 부대원들은 이 거리를 평균 8시간 30분에 주파한답니다. 분당 196미터니까 어린 아이들이 달리는 속도로 100km를 움직이는거죠.

3 이 분들의 가장 큰 적

선진국들 치고 국가 채무가 작은 국가가 없지요. 2008년부터 영국군도 긴축재정을 강요받고 있는 상태라 구르카 부대원들을 전역시키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 대부분은 장기근속을 원하는데, 그럴 수 없는 환경이 되고 있죠. 최근엔 아예 모병 자체를 많이 줄이고 있는 추세기도 합니다. 이 분들을 부르는 국가의 부채가 가장 큰 적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 양반들이 진짜 꼼짝 못하는 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자기 엄마입니다. 제가 이걸 결혼한 뒤에 깨달았죠. #밥하는_남자


  Samuel Seong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메인 저자입니다. 모매체 국제부에 한 20년 글썼고 요즘은 xsfm 그알싫에 종종 등장하는 그 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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