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검색

이해 안되는 한국의 야구팬 갑질

ravenclaw69 (mediamall)
2018-04-23 10:05:14
1    

3년전, 서울의 몇몇 대학병원들이 119 구급대원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할일 드럽게 없는 ‘시민’이 “소방관들이 환자를 병원에 데려다 주는 ‘댓가’로 커피를 무료로 마신다”는 민원을 서울시 소방본부에 제기합니다. 제가 민원 담당자였다고 한다면 “민원으로 농담 같은 거 하는 거 아닙니다”라고 바로 잘랐을 겁니다.

하지만 보통 저런 황당한 민원을 넣는 사람들은 민원이 잘리면 태도 불량까지 덧붙여서 상급기관에 민원을 넣게 되지요. 이런 민원인의 행태가 빤히 보였던 소방본부의 대응은 결국 ‘커피 무료 제공 금지요청’으로 갑니다. (관련기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2/17/2015021702662.html?Dep0=twitter&d=2015021702662 )

일단 발상 자체가 존나 깨는 수준이죠. 어떤 환자가 어떤 증상을 보일때 어느 병원에 가야 하는지 가장 잘 아는 것은 119 구급대원입니다. 조또 모르는 분께서 그 전문적 판단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건, 상대의 전문적 능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구의 일부는 누가 얼마나 전문적인 경력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 항상 시비를 걸 수 있는 분들이지요. 정상적인 사회라면 이런 문제제기는 ‘너 바보?’ 정도의 수준에서 잘려야 옳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이런 황당한 민원을 제기하는 분들의 말빨이 더 먹히는 상태죠. 몇년 전엔 경상도의 어느 도시 서점에서 장애인들이 쉽게 서점에 들어올 수 있도록 경사로를 서점 앞에 달았더니 그 지역 민원왕께서 ‘불법 건축물’이라고 신고 했었답니다. 그런데 그 지역 지자체 공무원들이 그 민원왕의 민원이 공포스러웠는지 어쨌는지 그 경사로 없애라고 찾아왔었다죠. http://www.cowalk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50

이 민원왕들의 행태에 대해 삐딱할 수 밖에 없는건, 이 민원왕들이 안전엔 깜깜이라는 것 때문입니다. 한국의 공공기관들도 엘리베이터 안전점검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점검 제대로 안하면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제 위치에 서질 않고 상하 왕복운동을 하는 사례들이 많아요. 더군다나 절전 등의 이유로 엘리베이터 문은 아주 약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벌어질 수 있는 치명적 사고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추락 사고가 아니라 문이 넘어진 상태에서 제 위치에 서지 못하는 겁니다. http://www.etnews.com/20180121000035

그런데 이 분들은 안전점검 하고 있어서 불편하다고 민원을 넣지, 안전점검기간 넘었다고 민원 넣는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이거 민원 넣기 시작하면 장담컨데 전국 엘리베이터의 5% 정도는 매일 정지되어 있어야 할 겁니다.

한국 사회에 적응이 안되는 부분 중에서 가장 큰게... 그냥 몰상식하고 무지하면서도 목소리만 큰 사람의 말빨이 의외로 먹혀들어가는 구석이 꽤 많다는 겁니다. 문젠 이걸 워낙 자주 보게 되다보니까... 어느 쪽이 몰상식한 건지 이젠 좀 햇갈려요.

그 중에서도 제일 심한 현장이 야구, 특히 '일부 야구팬'들의 갑질입니다.

어제, 손승락을 투입하고도 롯데는 NC에게 털렸었죠. 7연패 했으니 화 많이 났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선수에게 뭘 집어던지는게 말이 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http://sports.news.naver.com/kbaseball/news/read.nhn?oid=052&aid=0001130881

제가 야구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던 것은 82년부터입니다. 82년 세계야구선수권 대회에서 한대화 선수의 환상적인 스리런 홈런을 보고 야구가 꽤 매력 있는 운동이라는 것을 알았죠. 사실 저야 어렸을때 컸던 동네가 축구의 나라들이었던 까닭에(라 리가의 스페인, 그리고 한 축구 하는 멕시코와 영국) 야구 같이 룰 복잡한 게임은 딱히 관심 없었거든요...

거기다 동네 목욕탕에 자주 오던 아저씨들이 포항제철 실업팀 선수들이었는데 꽤 많은 분들이 프로야구 생기고 나서 롯데 자이언츠로 갔었어요. 그래서 82년부터 2011년까지 롯데 팬이었습니다. 팬 그만 두기로 한 것은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우승은 하지 못하는 감독이라고 잘린 것 보고 나서였죠. 제가 그 유명한 5.23 엘꼴라시꼬 게임까지 직관 갔던 넘인데... 그거 보니 열 받더군요. 그 즈음에 NC가 창단된다는 이야길 들어서 2012년은 야구를 아예 보지 않았고, 2013년부터 NC 응원하기 시작했었습니다.

NC는 이런 짠함이 있는 선수들이 많이 뛰고 있는 곳이기도 해서 더 애정이 갔지요... 2013년에 팀에 대한 애정이 더 생겼던 것은 그 공포의 마산 아재들이 팀이 연패하고 있으니 버스를 둘러싸고 선수들이 나올때까지 기다리다가 ‘NC 파이팅!’이라고 응원했단 이야길 듣고나서였습니다.

연패할 수 있지요. 가장 힘든 것은 연패를 하고 있던 선수들이지 보는 팬들일까요. 그런데... 유독 야구팬들은 좀 심합니다. 팀내 타점 2위인 선수가 간식 좀 먹는게 그렇게 싫었나요? 뭐 NC팬 입장에선 보내주셔서 아주 감사할 뿐입니다. 최준석 선수는 특히나 5.23 엘꼴라시꼬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투런 홈런의 주인공이잖아요.

사인 안 해준다는 불만도 사실 좀 깹니다. 팬들의 그런 불만을 선수들과 중재해야 하는 건 프런트의 몫이잖아요. 그런데 프런트가 암 일도 안하고 있다고 해서 전력을 다 하고 나서 진이 빠진 선수들이 사인 좀 안해준다고 서비스 정신 이야기하는건 도대체 어느 우주에서 정당한 갑질이랍니까?


  Samuel Seong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메인 저자입니다. 모매체 국제부에 한 20년 글썼고 요즘은 xsfm 그알싫에 종종 등장하는 그 넘입니다.

 

댓글[0]

열기 닫기

게시글 검색
1 2 3 4 5 6 7
 

콩가루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