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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盜電 = 전기 도둑질) 이야기

ravenclaw69 (mediamall)
2018-04-25 1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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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신청할때 할아버지 함자, 비자 신청자의 가방끈 길이, 결혼 유무 등의 상세한 개인정보를 내놔야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한편에선 자아 자판기가 있다고 알려진 나라죠. 인도입니다.

 

비교적 저렴한 배낭여행을 즐길 수 있어서 겨울방학에 맞춰 날아가시는 분들이 많은데, 겨울에 가시면 가면 개고생합니다. 비행기편이 쌀 때는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인도 북부 전체가 새벽부터 오전 늦게까지 자욱한 안개에 휩싸이거든요. 3미터 앞이 안 보여요. 이러면 도시간 이동이 아주 황당해집니다. 버스든 기차든 기어 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뭐가 앞에 보여야 달리죠. 열 몇 시간 연착, 30시간 연착은 일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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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시간은 이 때 밖에 없으니 많은 대학생들이 눈 맑은 사람들에겐 잘 보인다는 자아 자판기를 찾아 겐지스강 주변의 오래된 도시 바라나시를 찾습니다. 이 오래된 도시에서 사람들이 먹으라는 거 먹고, 마시라는 거 마시고 설사도 몇 번 하다가 보면 좀 신기한게 눈에 들어올 겁니다. 어른 몸통만한 두께의 철 케이블이 골목위를 지나가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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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진 찾다보니 도전 막는다고 케이블 감은 아주 옛날 사진이 있네요. 이건 델리구요, 바라나시쪽은 훨씬 두껍답니다.

원숭이들 잘 다니라고 공중 도로를 만든게 아닌가 착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그거, 전선입니다. 워낙 도전, 그러니까 전기 도둑질이 많다보니 전선을 잘라서 연결하기 어렵게 엄청나게 큰 철제 케이블로 싸버린 겁니다.

전기 문제는 사실 아주 복잡한 인도사회의 모순들이 복합적으로 드러나는 사례입니다. 인도는 전기 공급부분에서부터 문제가 있어요. 인도에서 쓰는 전기의 71%는 석탄화력발전소가 공급합니다. 그런데 인도 석탄엔 석회질이 많습니다. 석탄 태워서 발전소 돌리면 보일러에 석회가 달라붙기 시작합니다. 석회가 보일러 안에 많이 달라붙으면 열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니까 때가 되면 인도 발전소들은 보일러 끄고 그 석회를 긁어냅니다. 이런 청소 작업등의 이유로 일년에 270일 이상 가동하는 곳이 드뭅니다. 원자력 발전소 지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이땐 또 송전거리가 문제가 되지요. 여기에 주변국가에서 쌩난리를 치는 건 덤입니다. 일본도 도호쿠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대형 참사를 만들었는데 인도는 일본만큼 기술력이 안되는 나라 아니냐는거죠. 뭐 다른 정치적 이유도 있긴 하지만요. 여튼. 여기까진 공급의 문제입니다.

그 다음은 수요부분의 문제들인데 이쪽은 훨씬 더 문제가 많습니다.

첫 번째는 수요의 증가죠. 인도는 21세기 들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경제 성장에 필수적인것이 전기죠. 인도는 누진제가 워낙 가파릅니다. 예를 들어 전등 좀 켜고 전화기 충전하는 정도로만 활용하면 아주 싼데, TV를 켜고 냉장고만 돌리기 시작해도 몇 배의 전기요금을 내야 합니다. 그래서 도전이 광범위하게 발생됩니다. 인도는 전기 공급이 부족해서 상당 지역을 계획정전합니다. 블럭 단위로 전기 안 주는 시간을 정해놓고 시간표에 따라 전기를 공급하는거에요. 시골 같은 경우엔 이때 지나가는 전선 피복을 벗기고 자기 집으로 땡겨오죠. 도시의 경우엔 워낙 감시를 많이 하기 때문에 이땐 안해요. 대낮에 감시 별로 없을때 일단 준비를 해놓고, 지역의 변전기를 망가트립니다. 그러면 수리를 위해 그 지역 전체를 정전시키거든요? 이때 연결시켜요. 워낙 많이들 하다보니 몇 년전까지 인도 도시들의 전봇대를 보면 무슨 전선 그물이 씌워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두 번째, 여기엔 이 나라의 정치 상황도 한 몫합니다. 전기 도둑질이 많다보니 인도전력청은 직원들을 동원해서 강도높은 전기 도둑 단속을 다닙니다. 그리고 전기 도둑질을 했던 것이 발견되면 무거운 과징금을 매깁니다. 워낙에 전기 도둑질이 만연하다보니 지자체 혹은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선 과징금 경감이 주된 공약이 됩니다. 분납 편의를 어떻게 봐주겠다 뭐 이런 것들이죠. 정치가 이렇게 선심을 쓰니 도전이 근절될리가 없죠.

세 번째, 서민들이 도전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가 또 있어요. 그 지역에서 힘 좀 쓴다는 사람들은 전기세 제대로 안 냅니다. 비슷한 문화권인 네팔에선 2008년에 마오주의 공산당이 어떻게 집권을 한 다음에 전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체납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강수를 뒀어요. 그랬더니 그 명단의 가장 위에 마오주의 공산당 지역 당사들이 올라가 있었다죠. 인도 같은 경우엔 이게 워낙 오래된데다 서로 이해관계가 엮여 있어서 잘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여기에 뭐 여러가지 사소한 문제들이 엮여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기세 수납을 지역 전력청 본부에서만 받았어요. 전력청 본부는 큰 도시에만 있죠. 그러니 전기세 2천원 내는 농부들이 버스타고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인도 전력청 지역본부까지 찾아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건, 앞서 세 가지 이유에 비하면 사소한 겁니다. 이쯤되면 청취자 여러분들께선 그래서 전기도둑질이 얼마나 심하기에 이런 남의 나라 전기 이야길 이렇게 오래 하니? 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2012년에 영국 국제개발처가 돈을 대고 미국의 미시간대학교와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 둘이 대학원생들과 팀을 짜서 인도에 직접 가서 전기 도둑질에 대해 조사한 다음 쓴 보고서가 있습니다. 리포트 제목은 Theft and loss of Electricity in an Indian State, 인도의 어떤 주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과 전기 도둑질이었죠. 이 보고서에 의하면 일반적인 국가가 전력 송전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1~2% 정도인데, 인도는 대략 30% 정도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들이 실사해본 바로는 10%는 낡은 송전시설 탓이랍니다. 그러니 실제 전기 도둑질은 전체 전기 공급의 20%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만드는 전기의 1/5이 없어지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드시나요? 도전은 인도의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연구를 인도가 아니라 미국과 영국이 했잖아요?. 왜 그럴까요? 이게 인도에서만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죠. 한국에선 별 것 아닌 차이가 경제성장에 시동을 건 나라들에선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자면 그 나라들에도 인력시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건설노동자가 열심히 일하는데 휴대전화기까지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반장들은 일거리가 있을때마다 그 사람을 찾겠죠. 그러면 그 사람은 인력시장에 나가지 않고도 소개 받아 일을 다닐 수가 있죠. 간단한 가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난한 나라들은 냉장고에 들어가 있던 음료수와 매대에 나와 있는 음료수의 가격이 다릅니다. 냉장했으니까 더 받거든요. 여기에 전기 도둑질까지 하게 되면 격차가 훨씬 더 많이 벌어지지요.

국가전력공급체제에 대한 물리적 해킹이 인도의 사례라면 정책을 해킹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인도 위에 있는 인구 비슷한 나라, 중국입니다. 중국 역시 전력의 70% 정도는 석탄화력발전소로 만듭니다. 바로 우리에게 미세먼지를 보내주는 주범들 중 하나죠. 미세먼지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서, 중국도 꽤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만들고 있는 화력발전소들은 모두 미세먼지를 적게 배출하는 최신 기술이 도입된 석탄 화력 발전소들입니다. 이 최신형 발전소들은 내몽골, 신장 위구르 같은 곳에 가장 먼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원래 최신 뭐 이런 수식어가 붙으면 비싸잖아요? 얘네들도 건설단가가 일반 석탄화력발전소에 비해 높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장 위구르 같은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송전탑 만들기도 빡세요. 해발 3천미터 이상인 지역에서 송전탑 만들려면 장비들 나르기 위한 길부터 뚫어야 하는데, 그 지역이 엄청난 연약지반이거든요. 뭐 인부들이 고지대 적응훈련을 해야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덤이죠. 그럼 이 지역의 전기세는 비싸야 하잖아요? 그런데 거꾸로 쌉니다.

이건, 이 지역이 소수민족 거주지역인데다 독립운동도 조직들이 아직도 활동하는 지역들이기도 해서 그래요. 독립운동 한다고 탄압만 하면 하면 폭발할 수 있으니까 적당한 당근들도 던져주는 셈이죠. 사실 어느 국가든 전기를 단일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국가는 없습니다. 대체로 농촌은 저가에 공급하고 도시는 높은 가격에 공급하죠. 뭐 우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잖아요. 도시의 경우에도 산업용 전기가 가정용 전기보다 더 싸구요. 사실 산업용 전기가 싼 이유는 불평등의 문제 보다는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주기 위한 일종의 국가 보조금입니다. 국가 입장에선 전기 많이 쓰는 회사가 고용을 많이 하고, 또 기업 운영을 잘 해서 돈 많이 벌어 법인세 많이 내면 전기세 깎아준 것 갖고도 이익을 올렸다고 할 수 있지요. 중국도 부자인 지역과 가난한 지역, 그 국가 주류 구성원과 문화적 인종적 차이가 있어서 하나의 국가틀로 묶어 놓기 힘든 나라입니다. 소수민족 집단들이 많은 나라라면 전기 같은 자원은 그 국가를 하나로 묶는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외진 지역이거나 소수민족에겐 상대적으로 싼 값에 전기를 공급하는거죠.

그런데 요즘 아주 핫한 암호화폐 채굴장의 75%가 이 지역에 있었습니다. 블룸버그 신에너지 금융연구소(BNEF)는 2016년에 비트코인 채굴에 소모된 전력량이 20.5테라와트시(TWh)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업체들이 2016년에 사용한 전력량만 15.4테라와트시에 해당한다고 밝혔죠. 이 정도면 인구 1700만명인 국가가 쓰는 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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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중국은 워낙 크니까 전기 소모도 커요. 작년 발전량이 6000테라와트시인가 그렇습니다. 거기서 저 정도면 무시해도 좋은 숫자일 수 있습니다. 다만 소수민족이 독립운동 같은거 하지 말라고 꼬득이기 위해 가장 비싼 전기를 가장 싸게 주고 있던 지역에 들어가 있었던게 문제죠. 무엇보다 암호화폐 채굴공장들이 고용창출을 제조업 만큼 하나요? 암호화폐 채굴은 채굴기가 하지 사람이 하지 않잖아요? 이걸 중국 공산당은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공산당 입장에서 보자면 암호화폐 채굴장은 중국의 전력공급 정책을 해킹해 전기 도둑질을 한 거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전기 꺼지면 없어지는 걸 만든다고 그 전기를 쓴 거니 말입니다.

두 나라의 전기도둑질은 사실 가난한 나라가 경제발전에 시동을 걸면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나라가 바로 우리와 붙어 있습니다. 쌀밥에 고깃국 먹는 것이 국가의 지상 과제인 나라 말이죠. 작년 한 해 내내 계속되던 북한과의 치킨게임이 평창 올림픽을 기점으로 끝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이후, 몇 개의 이벤트가 이어지면서 남북교류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뭐 개성공단도 다시 가동될 가능성이 있지요. 민주정부 시절에 남북 교류협력에서 우리쪽 당국자들이 우려했던 것은 암호화폐 채굴장 같은 공장이 북에 들어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까다로운 규정들을 만들어 참여할 수 있는 남쪽 기업들을 제한했죠.

하지만 북이 원했던 것은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조금 더 나아간 형태의 경제협력입니다. 본격적인 경제협력이라 함은 사회기반시설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하게 됩니다. 도로, 전기 같은 것들이죠. 이게 어설프게 들어가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는건 인도가 보여줍니다. 즉, 우리가 이제 북한과 무엇인가를 하겠다고 한다면 경제발전을 막 시작한 국가들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해외 사례들을 갖다놓고 이야기해야 마땅하지요.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보수라고 자청하는 분들은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선 구호 이상으로 고민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표리부동하기 까지 합니다. 지금은 평창 올림픽이 아니라 평양 올림픽이라고 난리치고 계시는 분들이 지난 아시안 게임때는 북한 응원하던 분들이잖아요? 사실 논의가 일정 이상의 디테일을 담지 못하고 척화파 주화파로 대립한다면 야당해먹긴 참 쉽습니다. 통일부 장관 앞에서 가면 찢는 퍼포먼스 하는데 전문성이나 지혜가 필요하진 않죠. 인도와 같은 신흥 개발도상국의 도전 사례를 보면서 답 만들어내기 힘든 정책 평가 하는데는 필요하겠지만요.

무엇보다 공포마케팅도 하기 좋죠. 예를 들어 통일비용 같은 거 말이죠. 그런데 서독이 통일비용을 어마무식하게 지불했다는 것은 알고들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의 돈이 서독 회사들이 동독의 회사들을 인수한 다음에 폐쇄하는 바람에 정부가 지불해야 했던 실업급여 등의 복지비용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왜냐면 통일비용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들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국가든 개인이든 무엇을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들 많이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뭘 해보면 그것보단 뭘 어떻게 해서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게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우린 친북이냐 반공이냐를 묻는 이들을 앞에 두고 있죠. 인류 역사를 놓고보면 예상되는 미래에 대비하지 않은 태만은 항상 쎈 이자로 추심당하는 악덕입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인공기 태워봐야 서울시내 다이옥신 수치만 올라가는데 말이죠.


  Samuel Seong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메인 저자입니다. 모매체 국제부에 한 20년 글썼고 요즘은 xsfm 그알싫에 종종 등장하는 그 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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