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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레기 공장 이야기

ravenclaw69 (mediamall)
2018-04-26 08: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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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지진 당시의 일입니다. 2015년 4월 25일, 규모 7.9의 강진이 네팔을 강타했죠. 현지인 취급을 좀 받다보니 지진 직후부터 이런 저런 많은 메시지들을 받았는데, 유독 튀는 메시지가 하나 있었습니다. 지진이 난 다음날인 4월 26일 네팔의 유일한 국제공항인 카트만두 트리듀번 공항에 민항기 이착륙이 가능했냐는 메시지였습니다.

당시 군용기만 이착륙하고 있었고 민항기는 돌려 보냈었습니다. 규모 4~6 사이의 여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거든요. 더군다나 2015년 초에 트리듀번 공항에선 터키 항공 비행기가 착륙하다가 미끄러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문제 때문에 한국기자가 트리듀번 공항을 통해 네팔에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했죠.

메시지를 보내신 분에게 왜 그게 궁금하냐고 물어봤었습니다. 그랬더니 메시지를 보내신 분은 모 언론사의 기자 한 명이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현지에 도착한 것처럼 기사를 쓴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 언론사의 이름을 듣고나선 픽 웃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그 내용을 알고선 길길이 날뛰었지만 그때는 그냥 웃고 넘어갔던 이유가 있습니다.

2012년 12월부터 2013년 5월까지 그때 다니던 회사 직원들은 종종 특정 종교행사에 동원되었습니다. 뭐 외국에 사람 하나 보내면 뽕을 뽑으려고 덤비기 마련이니 긴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 행사는 네팔 대통령 궁에서 끝나는 것이었어요. 현지 TV로 보도되고 특집 방송도 잡혔었죠. 이런 행사가 진행되면 그 즈음엔 제대로 잠을 못자죠.

하루 한 시간 두 시간 자고 협의해야 할 것들을 3개국어로 정리하고나면 머릿속은 텅~ 빕니다. 그 상태로 부처님이 출신 왕국인 카필라 왕국이 멸망한 마지막 전장인 사그리하와에서 서 있는 상태에서 잠이 들었는데 누가 말을 걸더라구요. 들고 있는 카메라가 어느 공장꺼냐고. 뭐 시시껄렁한 이야기하면서 명함을 주고 받았는데, 지역의 불교성지에 대해서 좀 정리해줄 수 없냐고 하더라구요. 전 당연히 없다고 했죠. 그 언론사의 부장님들 중 한 분은 한국에서도 손꼽는 인도 전문가들 중 한 분인데 과외 정도는 좀 받고 와야 했던거 아니냐고, 직항 타고 오는 동안 숙제는 좀 하고 왔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면박도 줬죠.

이 분은 그게 열받았었나 봅니다. 몇 시간 뒤에 아주 작은 사이즈의 언론사 기자들을 시켜 저 언론사 규모가 얼마나 큰데 그렇게 막 말했냐고, 얼른 줄 수 있는거 내놓으라는거에요. 사실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는게, 뭔가 조립해줘야 할 문서들은 다 아이클라우드에 들어가 있는 페이지스 문서였단 말이에요. 인터넷 느려터진 집에서 그걸 언제 찾아서 언제 만들어줘요. 다운을 받을 수 있어야 주죠. 거기다 뇌는 자면서 하루에도 열 댓번의 회의에서 한영, 영한 통역하고 있었는데.

무시당했다고 느꼈는지 나중엔 행사 주최측을 통해 시비를 걸더라구요. 나중에 대통령 궁에서 주한 네팔 대사님 연설 통역 끝내고 나서 개인적인 만남의 시간을 좀 가지려고 했어요. 뭐 팰 생각은 없었어요.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해외여행 편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만, 인도 대륙에선 쇠에 긁히면 최소 파상풍입니다.

원숭이들이 노닐던 곳의 쇳조각이라면 최대 광견병도 옮길 수 있죠. 그 분에겐 무한한 방법으로 갑질 아무에게나 했다가 어떻게 될 수 있다는 경험을 줄 수 있었죠. 근데 젤 먼저 튀었더라구요. 아마 제가 개인적 만남을 간절히 원했다는 걸 눈치 챘던 모양입니다.

나중에 들어와서 쓴 기사를 보니까 사실관계는 전혀 안 따지고 감탄사만 잔뜩 들어간 걸 기사라고 썼더군요. 이 언론사 종업원들은 한국 내에서 교차검증이 가능한 이야기들인 경우 통상 다른 언론사보다 더 꼼꼼하게 사실 확인을 합니다. 하지만 그게 아닌 경우엔 기사를 쓰는게 아니라 소설을 쓰거나 정보값이라곤 없는 이야길 기사라고 만드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뭐 98년엔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 하나를 고의적으로 오독하고 영어 사전 뜻을 창조했다가 당시 넷츠고 사용자에게 딱 걸렸던 적도 있었죠. 그러니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660km 떨어진 네팔 카트만두를 천리안으로 보고 기사 썼던 걸 그 언론사 답다고 넘어갔던 겁니다.

뭐 일반화의 오류라고 하실까요? 기레기 둘과 기사 하나 갖고 언론사 하나를 통으로 폐기물 하치장 취급을 하다니. 글쎄요. 이어지는 이야길 들으시고도 그런 생각을 하실 지 모르겠군요.

바로 이 언론사가 지난 2월에 인도에서 한-인도 비즈니스 서밋이라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서밋이라 하면 정상회담이잖아요? 한-인도 비즈니스 정상회담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았던 이 행사, 이 언론사 사주와 함께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재벌 관계자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이때 인도는 우리에게 할 말이 좀 많았어요. 사실 화가 많이 나 있었습니다. 무역 역조가 심하고 기대했던 것 만큼 한국 회사들이 투자를 안하고 있거든요. 거기다 상당기간 동안 주인도 한국 대사 자리가 공석이었어요. 2018년 1월 중순경에 전문 외교관 출신인 신봉길 대사님이 부임합니다. 그런데 이때는 이 행사가 한참 준비되고 있었던 즈음이에요. 그리고 대사님이 부임하자 마자 올해 4월로 예정되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올 하반기로 미뤄버렸습니다. 왜 미뤘는지는 3월 두 번째 주에 밝혀지지요. 4월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이어지는 5월의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었던거죠. 하지만 이때에 이게 성사가 될지 안될지 알 수 없으니 이때 제대로된 양해를 구했던 것 같진 않습니다.

인도 쪽에선 한참 할 말이 많았던 차에 이런 행사가 열린다니까 정재계가 총출동했습니다. 비즈니스 서밋 발표에 인도쪽에선 한인도 통상관계 전문가들이 총출동합니다. 개막식엔 인도 모디 수상이 특별 연설까지 했어요.

그런데 한국 쪽에선 현직 관계자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한-인도 친선회장인 송영길 의원 밖엔 없었습니다. 인도랑 우리는 FTA대신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줄여서 CEPA라는 협정을 맺은 나라입니다. 인도쪽에선 현재 협정으로 인한 무역 불균형에 문제제기를 아주 공세적으로 하던 터라 CEPA 세션에선 현직 전문가들이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 대응을 생뚱맞게 전직 국회의원 박진씨와 전직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님이 했다고 합니다.

또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이때 발표해서 리타 티오시아 상공부 차관은 한국과 인도의 무역불균형이 Not sustainable position이라고 지적합니다. not sustainable. 혹시라도 트잉여 미국 대통령 팔로우 하시는 분들이라면 보셨을 문장입니다. 트럼프가 아베를 보긴 볼껀데 가장 중요한 것은 미일 무역수지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이야기했었죠. 이때 이 비슷한 이야길 했었어요. 2017년 통계론 우리와 인도의 무역격차, 그러니까 수출입의 액수 차이가 100억 달러였답니다.

모디 수상의 연설도 사실은 뼈가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아주 매력적인 신흥시장이라는 것, 그리고 기업의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기울인 노력을 이야기했어요. 뭔 이야기냐면 한국 기업들 보고 투자 좀 하라는 이야기죠. 이 양반들이 통계도 좀 이상하게 잡았던게 2000년 이후 한국 기업의 인도 직접 투자는 고작 25억 달러로 인도에 투자한 국가 순위로는 16위라고 지적했던 겁니다. 참고로 일본의 인도 투자액은 270억 달러 정도 됩니다. 우리 기업들이 투자하고 있는 액수보다 적게 이야기해서 일본이 우리보다 인도에 11배 가량 더 투자한 것처럼 이야기했던 겁니다. 총리가 동을 뜨니 아예 인디아 익스프레스 같은 매체는 모디 총리가 한국 기업에 비단 꽃길을 깔아주고 있음에도 한국 기업들의 투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언론사는 이 행사를 통해 인도 일방의 주장을 기정사실로 만들어놨습니다. 한국 기업이 25억달러밖에 투자하지 않았다는 이야긴 저도 반박할 수 있는 내용이라구요. 예를 들자면 인도 수도 델리의 지하철은 로템에서 납품했습니다. 그런데 전철을 만들어서 델리로 보낼때마다 지역민들의 돌팔매 놀이 타겟이 되었었어요. 나중엔 창문에 힌두교 신을 붙이기까지 했었죠. 뿐인가요? 한때 포스코가 제철소 만들겠다고 투입하려고 했던 돈은 그 즈음 인도가 유치할 수 있었던 외국인 투자 10년치였어요. 인도의 기업환경이 개선되긴 했다지만, 그건 너무 밑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올라갈 수 있었던 성적에 가까워요.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하나도 배치하지 않았고, 인도의 일방적인 불만 사항들만 듣고 왔죠. 거기다 이 행사를 주최했던 언론사는 인도쪽에소 불만이 나왔다, 열라 까지고 왔다는 이야기는 아예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한-인도 비즈니스 서밋으로 그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기사 검색을 해봤는데, 인도가 어떤 산업 영역에서 투자를 바란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뭐 멀지 않았던 과거에 이 언론사의 사주는 밤의 대통령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들 총수 일가가 일제히 따라 갔고, 사진은 많이 찍었을테니까 본인의 파워 자랑질은 좀 하신 셈이죠. 그런데 일방적으로 깨져 놓고 나서 이 언론사 사장님께서 인도말로 ‘모두 함께 나아가자’라고 했답니다. 자긴 오바마가 방한했을때 했던 것 흉내낸 것 같은데, 인도 사람들에겐 ‘일단 너네가 하는 말 다 알아들었어’로 보이지 않았을까요? 사람이 상대의 말을 알아들었으면 뭔가 행동을 해야 하잖아요?

비즈니스 서밋에서 이야기한 것으로 보면 인도쪽에서 기대하는 최소치가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에 가시기 전에 뭔가 스터디 테이블 같은 것을 만들어서 공동 협력방안들을 만들자. 아니면 CEPA 개정을 통해 무역이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보자. 아니면 한국 기업이 인도에 투자하는데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들이 무엇인지 공유하자. 그런데 이 언론사는 이런 이야길 하나도 안했습니다.

보수주의적인 경제관으로 놓고보면 투자는 기업이 하니 정부가 해야 하는 역할은 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그런데 정부도 아니고 비전문가들을 중요한 토론 자리에 앉혀놓고 무역 상대방의 주장을 하루종일 열심히 듣고 왔어요. 그리고 쪽팔리니가 이 이야길 공론화 하지 않았습니다. 자 그럼 정부가 뭘 해야 하죠?

뭐 물론 송영길 의원이나 산업통상부 장관님이 그 자리에 계셨으니까 인도 고위 정치인들이 현재의 경제협력 수준에 전반적으로 불만이 많다는 것은 것은 충분히 파악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안그래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준비에 바쁜 정부가, 일체의 공론화 과정도 없이 우리가 물건이 많이 팔고 있어서 문제라고 스스로 나설 수 있을까요?


한 언론사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인도는 평소에 할 말이 많았고, 우리의 우선 순위 문제 때문에 자신들이 후순위로 밀렸던 터라 아예 칼을 갈고 나왔죠.그런데 그걸 반박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앉혀놓지 않았으니 인도 일방의 주장이 기정사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언론사주가 자신의 영향력으로 재벌 총수들까지 잔뜩 끌고 가서 진행했던 행사니 인도쪽에선 뭔가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만 합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일정을 가진 정부는 이에 충분히 시간을 두고 대응할 수 없습니다. 거기다 이 언론사는 자기들이 벌인 행사에서 겁나 깨져서 쪽팔리다고 보도도 제대로 안했어요. 이런 상태에서 한-인도 정상회담이 이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언론사 하나가 한 나라의 통상 정책이 흔들릴 수 있는 일을 벌여놓고 입 닦고 있는거죠. 그리곤 그 이야기 안하고 있는건 정부더러 엿먹어보라고는 겁니다. 진짜 기레기는 이 정도로 나라에 암적 존재입니다. 그리고 이런 기레기들은 우리 눈에 잘 안 보입니다.


  Samuel Seong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메인 저자입니다. 모매체 국제부에 한 20년 글썼고 요즘은 xsfm 그알싫에 종종 등장하는 그 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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