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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탈무드는 유태인의 탈무드가 맞을까요?

ravenclaw69 (mediamall)
2018-04-28 19: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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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3일자 뉴요커에는 “탈무드는 어떻게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나”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립니다. 유태인인 필자는 한국에서 인기있다는 탈무드식 학습을 한다는 학교를 찾아가고, 한국에서 탈무드가 얼마가 팔렸는지를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지요. 

https://www.newyorker.com/books/page-turner/how-the-talmud-became-a-best-seller-in-south-korea

그런데 이 기사를 쫓아가다보면 좀 깨는 장면이 한 장면 나옵니다. 주 이스라엘 대사로 가셨던 분께서 이스라엘의 TV에서 한영 번역된 탈무드를 들어보이며 “한국의 일반 가정에는 탈무드 한 권 정도는 다 있다”고 이야기했을때 이스라엘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기사에선 이 장면을 꽤 상세하게 묘사하는데요... 간단하게 비유하면... “아니, 쟤네가 우리 경국대전을 한 권씩 집에 가지고 있다고?!”라고 할 수 있겠더군요.

구약성서의 첫 다섯 편, 그러니까 창세기·탈출기· 레위기·민수기·신명기를 제대로 이해한 상태에서 배워야 하는 것이 탈무드이거늘 저런 페이퍼 백 한 권을 탈무드라고 이야기한 것에 대해 반발이 가장 컸습니다. 탈무드는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몇 십년을 경전 공부만 한 랍비가 상당히 오랜 시간을 가르쳐야 하는데 어떻게 저런 요약본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거냐는 힐난이 대부분이었던 것도 그 때문이겠죠. 아마 대사님은 한국과 이스라엘의 친밀감을 표시하시기 위해 한영 번역된 탈무드를 방송국까지 갖고 가셨겠지만, 효과는 거꾸로 마이너스였던 셈입니다.

뉴요커의 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팔리고 있는 탈무드 관련 서적들은 1970년대에 미군 군목으로 일본에 찾았던 마빈 토케이어가 요약 정리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일본의 극우주의자인 히데아키 카세가 번역을 하면서 제목을 아주 섹시하게 단 거죠. “5000년된 유태인의 지혜: 탈무드 경전의 비밀” 같은. 이 책이 일본에서 어마어마하게 팔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탈무드가 소개된 것은 이 책의 해적판이었다고 합니다.

저작권 문제는 해결했지만, 기자에 따르면 우리는 여전히 일본에서 요약본으로 나왔던 책을 탈무드 원전으로 이해하고 있는 상태라네요. 그래서 요즘도 이스라엘에 취재가는 기자나 PD에게 책 리스트를 건내면서 사다 달라고 하시는 분도 있었다고 합니다. 음... 근데 정작 유태인 엄마들은 “우린 딱히 뭐 특별한 교육법이 없고, 애들은 건강하게 사랑 받고 크면 됩니다”라고 대답했다더군요. 뭔가 좀 허탈하지 않으세요? ㅎㅎㅎ


  Samuel Seong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메인 저자입니다. 모매체 국제부에 한 20년 글썼고 요즘은 xsfm 그알싫에 종종 등장하는 그 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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