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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지진 당시 가장 슬펐던 것.

ravenclaw69 (mediamall)
2018-05-03 08: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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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25일은 네팔에서 규모 7.9의 대지진이 있었던 날입니다. 그날 저녁에 좀 참담했던 이야기가 다시 떠오르네요.

네팔 내무부에서 가스를 쓰지 말라고 해서 밥을 할 수 없어 과자와 음료수 등으로 저녁을 먹고 있는데 비행기 소릴 들었어요. 네팔의 유일한 국제공항인 트리듀번 공항 근처에서 살고 있어서 비행기 소리를 항상 듣는데, 공항이 폐쇄되었는데 왠 비행기지? 싶었죠. 비행기 착륙한 지 30분 지나서 라디오 뉴스에 나오더군요. 인도 구급대가 방금 인도 군용기를 타고 도착했다고. 그게 여섯 시 반 정도였어요.

인도 모디 수상도 반둥회의 60주년 기념식 때문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외국에서 옆나라에 큰 재난이 닥쳤다는 보고를 수상이 받고 재난 대응팀 출동을 했는데 여섯 시간 걸린거에요. 델리 도심에서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까지 한 시간 넘게 걸려요. 그리고 델리에서 카트만두까진 일반 여객기로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군용 수송기는 훨씬 느리죠. 그렇게 느린 나라라는 걸 감안하면 거의 번개 같은 대응이었어요. 그리고 그 조금 뒤에 중형 헬기 여섯 대가 날아오더군요.

국가 시스템에선 한국보다 한 수 아래일꺼라고 생각했던 인도의 구난 체계가 작동하는 걸 보는게 가장 힘든 순간이었어요. 재난에 대한 공포 같은건 느끼지 못했는데, 인도가 그렇게 신속하게 행동하는 걸 보고 조용히 찌그러져서 울었어요. 딱 일년전에, 한국 사람들에게 잊혀질 수 없는 일이 있었잖아요.

2014년 4월 16일 어느 나라의 대통령은 300명이 탄 배가 침몰한다는 소식을 듣고도 7시간 동안 행적이 묘연했었잖아요. 그런데 인도는 옆 나라에 재난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재난 발생 즉시 받고 그 즉시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모두 투입했던거에요.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하다고 하는 나라의 내무부는 기본적인 수준의 재난대응은 하고 있었고, 역시 가난한 걸로는 수위권인 인도가 옆 나라에서 재난이 벌어졌는데 즉각 대응팀을 출동시킨거죠. 전 그게 서럽고 분하고 억울하더라구요.

그리고 그날 토요일이라고 한국 대사관은 휴무였는데... 주 네팔 대사관에도 비상이 걸렸죠. 그래서 다들 출근했었는데... 나중에 이야기 듣고 확 깼던게... 이 분들, 안전지대에 지진대책본부를 마련하는 것부터 하지 않고 본국에 보낼 보고서부터 쓰고 있었답니다. 계속된 여진으로 벽돌 떨어지는 대사관 건물에서 말입니다. 보고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이나 보나마나한 이야기였죠. 여튼 그 덕에 네팔에 거주하고 있음을 신고한 한국인들의 상태 확인은 그날 자정 정도가 되어서 끝났죠...

7시간동안 멍 때리고 계셨다는 분의 이야길 들으니 그때 생각이 나더군요... 상상초월하는 분이 윗대가리가 되는 어떤 참사가 벌어지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셈이라고 할까요...


  Samuel Seong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메인 저자입니다. 모매체 국제부에 한 20년 글썼고 요즘은 xsfm 그알싫에 종종 등장하는 그 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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