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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잡담으로 써보는 사장론

ravenclaw69 (mediamall)
2018-05-17 13: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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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남의 나라 정부, 혹은 남의 나라 NGO와 일을 한 적은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속해 있었던 조직이 상시 노동자 50명이 넘는 조직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어떤 중소기업 사장님은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노동자 1인당 매출액이 5억원 미만인 조직과 그 이상인 조직으로 나눠서 봐야 한다고.

뭐 그런데요... 50인 이하의 조직이라고 해서 대기업에 있는건 다 있습니다. 일인당 매출액 5억 미만이라고 하든, 50인 이하의 조직이라고 하든 대기업과 아주 달라지는 것은... 중소기업의 운명은 사장의 개인적인 특징들이 모두 결정한다는 겁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기반으로 머리가 돌아가는 존재다보니, 저런 사람들을 경험하지 못한 일반인들은 비교적 빨리 실행될 수 있는 무엇을 찾아 일을 시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요... 문제는 바로 이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상당수의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보통 다음의 순서로 갑니다. 직장에서 업무상 고성과 평가를 받다가 자신이 한 회사를 경영 할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기고(1), 자신이 다른 이들보다 확실하게 잘 할 수 있으며 시장에서 오래갈 것이라고 믿는 아이템을 발굴했고(2), 그 아이템을 끌고 가는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3) 라고 했을때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죠.

문젠 시장 상황은 항상 변한다는 것(1), 그리고 사장님이 뽑아서 일하게 되는 직원들은 당신들의 눈에 보기에 대체로 저성과자들(2)이라는 겁니다.

근데요... 이거 5초만 진지하게 생각해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월급이 제대로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 중소기업에서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사회 초년병이거나 당장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이죠. 그리고 주실 수 있는 돈도 ‘고성과자’를 고용하는데 필요한 수준에 못미칩니다.

자신이 현실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이 고용할 수 있는 피고용인의 수준을 평가하고 그 사람을 어디까지 쓸 수 있을 것인지, 언제까지 함께 할 것인지 계량해야 합니다. 어디서 MBA쪼가리 줏어온 바보들은 자기 회사에서 ‘직원 1인당 연봉의 6배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드립을 치기도 하는데... 그거 교수님이 그 이야기할때는 당신이 시장 포션을 잡아가려면 그런 비전이 있는 아이템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거지, 직원들에게 연 매출 목표를 그렇게 강제한다고 갈 수 있는게 아닙니다.

여튼, 시장 상황은 계속 변합니다. 그럼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사장 본인은 물론 직원들의 직무능력향상 방법을 따져봐야 할 겁니다. 사실 정부의 이런 프로그램들은 이미 개발된게 많습니다. 어디 찾아가서 뭐 하는게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에요. 특정 업무년차가 되었을때 어디까지 해야 한다는 거, 거의 모두 계량화되어 있는걸요.

문제는... 이렇게 교육시킨 자원들은 대체로 경쟁사들이 탐을 내는 인재로 성장하게 되지요. 그 회사에서 좀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고 한다면 떠나게 됩니다. 좀 어처구니 없었던 사장님은 직원 중 하나가 특출한 능력을 갖고 있는데, 자신에 대한 충성심이 딱히 보이지 않아서 공부할 시간을 안 준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이직하지 못하게 하려고 한다고. 음... 뭐랄까요. 폭등하는 주식은 팔고 등락없는 주식은 계속 갖고 있는 주식 투자자들 보는 느낌이랄까요...

이 정도도 안되는 사장들은 보통 ‘인성’ 이야길 많이 합니다. 감히 돈을 주는 사장에게 돈을 받는 종놈이 뭐라고 하는게 말이냐 방구냐 과죠.

이런 짓을 자행하는 사장님들은 대체로 대한민국 중년 아저씨들입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새로운 것이 뇌에 입력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긴데, 요즘 새로 입력해야 할 것들은 폭증하고 있는 판이죠. 그럼 어떻게든 이해하고 머릿속에 넣어보려고 애를 써야 하는데... 그냥 튕겨내는 것이 주특기인 분들이 대한민국 꼰대들이죠...

이 분들의 경우엔 견적 내는 것이 좀 곤란한 수준인 분들도 많습니다. 인터넷이라는 불충한 것이 ‘좌파 대통령’ 둘을 만들었으니 그 불량한 인터넷으로 뭘 해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분도 봤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뱅킹도 안 하시더군요. ㅎㅎㅎ 뭐 공산당이 싫어서 흥남철수때 배타고 내려온 집안의 아들이 ‘좌파’라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 가능한 이데올로기 좌표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더 최악으로 흐르는건, 본인들이 시대변화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 인간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업들을 ‘단기’에 실행할 수 있는 형태로 잡는다는 겁니다. 1~2년 이상의 사업 사이클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는거죠. 이러면 누구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필요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습니다. 정보가 공유되지 않으면 개별 직원들이 업무 프로세스상 지금이 어디쯤인지 알 수가 없지요.

일이 이렇게되면 얼마만큼의 단위 노동량을 투입해야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 사장 본인도 모르는 상태가 되죠. 이러면 얼마에 수주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지요. ㅎㅎ

뭐 얼마전까지 이런 총체적 난국인 조직에 있다가 Bye Bye 하곤 나왔습니다. 몸은 좀 힘들지만 맘은 편한 다른 일 시작했구요. 그런데 이거, 저만 겪는 일은 아닐 것 같아서 글 올립니다. ㅎㅎ

이런 조직들은 사장이 문제기 때문에 그만 두고 나가는게 유일한 솔루션입니다. 회사 회계가 공개되지도 않기 때문에 탈출 시점 잡기도 좀 어렵죠. 하지만 몇 가지 징후들은 있습니다. 소소한 결제들이 안되기 시작하면, 사장의 책상에 캐피털 명함들이 한 두장씩 보이기 시작하면 조금 늦었습니다. 이미 그땐 Eject 바를 댕겨야할 시점이죠. 탈출 하고 나서 다른 직장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탈출 준비는 저 위에서 쓴 증상들이 보인다는 것을 본 다음부터겠죠.

오늘도 중소기업에서 사장이 되어서는 안되는 분들 밑에서 뺑뺑이 돌고 계실 분들을 위해... 그리고 제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포스팅합니다. ㅎㅎ


  Samuel Seong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메인 저자입니다. 모매체 국제부에 한 20년 글썼고 요즘은 xsfm 그알싫에 종종 등장하는 그 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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