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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오늘

ravenclaw69 (mediamall)
2018-05-24 07: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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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전 오늘은 토요일이었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뭔 조찬 회의를 해야 한다는 영감들 때문에 광화문 사무실에 꽤나 일찍부터 출근해야 했죠. 그 전날 집 앞에서 지인들이랑 각종 수산물 회를 먹으며 망신당하고 있었던 전직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터트리면서 겁나 마셨더랬습니다. 영감들이 꽤 유명한 해장국을 갖고 왔던지라 속풀이를 한 다음 회의를 진행했는데... 회의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납니다.

뭔가 결정하고 나서 점심 먹으러 나가다가 소식을 들었거든요. 하지만 일 하느라 바빴습니다. 전날 술 먹으면서 씹었던 분이 세상을 떠났다는데, 사실 좀 무덤덤했거든요. 지금은 그날 뭘 했는지 전혀 기억 안나지만... 겁나 바빴습니다. 지인들이 광화문에 밤늦게 도착할때까지 일만 했죠.

민주노총이 결성될 때부터 중집위 간부로 있었던 친구는 그날 세상을 떴던 분의 집권기를 이야기하면 피거품을 뭅니다. 가장 많은 노동자들이 자살했던 시기거든요. 그 분의 경제 가정교사라는 칭호까지 들었던 선배는 그 다음날 예정대로 북유럽으로 출장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전 이 양반이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땐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받던 월급의 절반을 후원금으로 쏘기까지 했죠. 그랬던 이의 집권 기간 내내 제 심정은 그렇게 좋지 않았어요. 2009년은 제가 한 번 망했다가 다시 일어서기 시작하던 즈음이었으니 일만 집중하려고 했었습니다.

저녁 먹고 야근까지 하다가 퇴근하려는데... 지인들이 전화를 걸더군요. 자기들도 광화문으로 왔으니 좀 보자고. 지인들을 만나 광화문 길바닥에 앉으니 슬슬 빡이 치기 시작하더군요. 슬퍼하는 사람들을 예비 불순분자 취급하던 서울 전경들부터 잘 죽었는데 뭐 저런 걸 기린다고 모였냐며 대놓고 야유하고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글쎄요. 얼마전에 제가 돈 벌어다주다가 빡쳐서 뒤집어 엎고 나간 회사 사장님 같은 경우엔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시대는 안된다’고 주장하던 분이죠. 글쎄... 노가다에서 돈 좀 벌어서 이런 저런 다른 사업체를 넘어다니다가 몇 번 자빠지기도 했던 분이 그렇게 폄하할 사람은 아니었는데요. 무엇보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사람들의 힘은 지난 2016년 겨울부터 2017년 봄까지 그 추운 날 밤거리에 나섰던 시민들의 열망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거구요.

제가 화가 나기 시작했던 것은 그 열망을 두고 “저까짓게” 라고 하고 지나가던 것들과 추모 열기가 뭔 범죄 사실인양 지랄하던 당시 정부였습니다. 결국 그날 저도 눈물 한 바가지 쏟고 술을 퍼마셨었죠. 점심시간 마다 나가서 광화문 길가에 담배 한 대씩 놓고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여름 DJ 영감님도 세상을 떠나셨을때... 근조 리본 두 개를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때보다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면 그때 태우겠다고 아직까지 갖고 있었죠. 다음달 중순 정도에 태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저 만큼 대통령님께 비판적이었던 딴지 글쟁이 한 분이 얼마전에 그곳으로 갔어요. 그 양반, 대통령님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는 거 잘 아시죠?


  Samuel Seong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메인 저자입니다. 모매체 국제부에 한 20년 글썼고 요즘은 xsfm 그알싫에 종종 등장하는 그 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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