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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와 함께 하는 데모의 민족이 됩시다.

ravenclaw69 (mediamall)
2018-04-12 14: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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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절 훨씬 이전에 대한민국의 국사 교과서가 국정교과서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국사교과서는 당대의 천재라고 하는 분들을 모아다가 얼토당토 않은 일을 시켜 이상한 결과물을 만든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7년 3월 10일, 국민에 의해 파면당하신 분의 부친께서 대통령이던 시절에 만들어졌던 겁니다.

그래서 그 분의 치명적 경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은 모두 소각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국시가 반공이던 시절이다보니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도 소각됩니다. 미국과의 관계도 뻥튀기 해야 했기 때문에 이승만이 삽질한 부분을 제외한 이야기가 들어갔죠. 조각천 가지고 바느질을 해야 하는데 워낙 말이 안되다보니 당대의 문과 천재들을 시켜 말이 되는 것처럼 만들어놨었죠. 대학생 운동권 조직에 들어가서 처음 접하게 되는 이야기들이 ‘다시 쓰는’ 혹은 ‘거꾸로 쓰는’ 역사책들이었던 것은 모자이크 되기 이전의 이야기들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거기다 사실 우리는 섬입니다. 국가들끼리의 경계가 우리처럼 철조망과 지뢰로 완전하게 끊어진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경 정도나 비슷한 꼴이죠. 이러다보니 뭔가 지정학적으로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낯설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정자의 부끄러운 과거를 덮기 위해 적당히 역사를 조작하고, 또 지정학적 관계를 ‘섬’에 기반해서 생각하게 된 여파는 큽니다. 세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 좀 낯설게 느껴지는거지요. 그러다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줬다는 부분이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지나치게 폄훼됩니다.

예를 들어 저 사진 왼쪽 동상 주인공이 쓴 시 한 구절에 대한 소동극입니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조선인들에게 4줄로 된 시 한 편을 줬고, 이 시는 1929년 4월 3일자 동아일보에 실렸다고 합니다.

일찍이 아세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촉의 하나인 조선
그 등불 한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아시아에서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분이 당시 조선 민중들에게 이런 시를 써주셨으니 꽤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근데 불과 90년전에 쓰여진 이 시 한 편 갖고도 금석문 논쟁(진시황이 당시의 고서들을 모두 불태워버린 이후 그 전의 기록물들은 비석에 새겨진 내용 밖엔 안 남죠. 그 비문의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갖고 벌어진 논쟁을 금석문 논쟁이라고 합니다)이 벌어집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이야기입니다. “조선은 과연 동방의 불빛이었나?”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26437

원래의 시가 4줄이었냐 6줄이었느냐는 딱히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고 봅니다. 한쪽에선 이 시가 ‘청탁을 통해 얻은 것’ 혹은 ‘적선 받은 것’ 정도로 치부하는 분들이 계셨죠. 누군가 이 양반들의 폄하에 빡이 쳤는지 라빈드라나트 타고르가 써준 원래 시에 라빈드라나트 타고르가 쓴 다른 시 11행을 편집해서 갖다 붙인 글이 원래 시라고 돌아니고 있어서 저런 논쟁(?) 들이 벌어졌던 겁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또 있습니다. 인도의 초대 총리였던 자와할랄 네루가 독립운동하다가 체포되었던 시기에 딸(인디라 간디)에게 보냈던 편지 모음집이 있습니다. ‘세계사 편력’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엔 3.1운동에 대해 이렇게 정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의 독립투쟁 가운데 중요한 것은 1919년의 독립만세운동인데, 젊은 여대생들이 그 싸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그 사실은 너에게도 흥미로울 것이다.”

이것 갖고도 금석문 논쟁이 벌어집니다. ‘3.1운동이 아시아 민족해방운동에 영향을 줬다’는 증거로 ‘세계사 편력’의 이 글을 인용하는 분들이 한 쪽에 있다면, 또 한쪽에선 3.1운동 보다 한참 이전에 인도 국민회의가 독립운동을 시작했음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도 좀 아는 사람들은 저걸 완전히 다르게 해석합니다. ’세계사 편력’의 제1독자는 인도의 민중이 아니라 네루의 딸인 ‘인디라 간디’였어요. 그리고 저 당시는 불가촉 천민들이 브라만이랑 같은 수돗물을 먹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시위가 벌어지던 시기입니다.

그랬던 그 당시 ‘인도 여성의 지위’는 아주 한심한 수준이었습니다. 남편이 죽으면 남편의 시신을 화장하는 불길로 뛰어들길 강요 받았다구요. 그렇게 여성 억압적인 사회에서, 식민지배를 당하는 국가의 여성들도 일어선 것을 주목하라는 글이었다고 보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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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한다”라는 판결이 난 이후, 외국에서 유학하던 분들은 다양한 국가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들을 겪었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미국 학생들은 “축하한다. 근데 우리는 트럼프...”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하고, 프랑스 학생들은 ‘엄지 척’ 하고 지나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일본 학생들은 "그래도 되는거야? 북한이 바로 위에 있는데 괜찮아?"라고 걱정해줬다고 하고, 중국 학생들은 "국가 정치의 연속성이라는게 있는데..."라면서 말을 잊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모두가 자신의 경험 속에서만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거죠.

그런데 1년 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1일장기 집권 체제를 확립하자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notmypresident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 그리고 #我不同意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해시테그를 단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421&aid=0003246391

일본에선 아베 총리의 사학 스켄들에 항의하는 집회가 조직되고 있지요. 인터넷에선 이 집회 참석을 독려하는 이런 해시테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RegaindemocracyJP (민주주의를 회복하자) 와 #0312官邸前抗議 (3월 12일 총리관저 앞 시위), #0312札幌PARCO前抗議 (삿뽀로 PARCO 시위), #0313大阪府庁前抗議 (오사카 청사 앞 시위) #0313官邸前抗議 (총리관저 앞 시위), #0314国会前抗議(국회 앞 시위). 그러니까 3일 연짱인거죠.

2016년 가을에서 2017년 봄으로 이어진 대한민국의 촛불 시위가 이들에게 영감을 주지 않았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자, 우리 여기서 좀 더 나아가 봅시다.

지금 트위터든 페이스북이든 인스타그램이든 #RegaindemocracyJP 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면 일본 사람들은 감격해서 이런 글들을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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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뿌뜻하지 않으신가요?

중국은 좀 더 심합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은 집회, 시위, 결사는 물론 언론의 자유가 없는 국가입니다. 그 국가 출신들이 단체 행동에 나설때 갖게 되는 두려움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어떤 결기를 다지는지는 이집트의 사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인터넷이 차단되었던 2011년 1월 30일, 전세계 IT기술자들이 제공한 다양한 방법으로 밖으로 나오는데 성공했던 이집트 활동가의 음성 파일이 하나 있습니다. 그 내용은 이랬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카이로에 사는 모나 샤리프라고 해요. 저는 무바라크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의 시위대가 인터넷을 통한 세상과의 연결이 끊어졌다는 것을, 그리고 이집트 내에서의 휴대전화 역시 불통이 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만일 내일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여러분이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들은 전에도 이랬어요. 처음 이런 일을 겪었을땐 정말 겁 먹었어요. 우리가 총맞아 죽는다고 해도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를 수 있다는 것이 두려웠어요. 하지만 이번엔 전혀 겁나지 않아요. 맑은 목소리로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는 흥분해 있고, 우리는 행복합니다. 우리는 내일 타흐리르 광장(이집트 수도 카이로 중심부의 광장)으로 나갈 거에요. 우리는 정말 많이 모일거고, 행진하고 항의할 겁니다. 그래서 무바라크를 몰아낼 거에요. 저희와 함께 해주세요. 안녕”

중국인들에게 #notmypresident 혹은 #我不同意 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글을 써주면 중국의 수많은 모나 샤리프가 기운을 얻을 겁니다. 일본인들을 위해#RegaindemocracyJP 라는 해시테그를 써서 응원의 글을 올린다면 역시 일본의 수많은 모나 샤리프가 기운을 얻겠죠.

물론 이집트 시민들은 무바라크를 축출했지만 똥멍청이 무르시가 정권을 잡았고, 결국 군부에게 국가권력을 다시 반납하고 말았습니다. 이 해시태그 운동은 바로 잠들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1987 직후 전두환의 친구 노태우를 뽑았었고,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은 프랑스가 왕정을 끝내고 공화국을 만드는데 벌어졌던 수많은 참극의 한 장면이었을 뿐입니다. 결국 세상은 바위로 날아간 수많은 계란들이 끌고 가는 겁니다. 그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 같은 관계를 우리가 스스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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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를 쫓아낼 수 있는 것은 투표권을 가진 일본인들이고, 영구집권에 나선 시진핑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중국인들이거든요. 그들을 몰아내겠다는 이들에게 친구가 된다면... 세상은 좀 더 평화로와지지 않을까요? 싸움은 사람이 합니다. 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용기를 붇돋는 것, 그것은... 데모의 민족이 단순이 영감을 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이들과 함께 했다는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겁니다.

저 해시태그를 쓸 수 있는 중국인들은 어차피 외국에 있는 이들이라 구글 사용이 자유롭고, 일본은 인터넷 환경이 좀 그지 같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간에 궁금한 내용은 구글 번역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중국어나 일어를 쓰실 수 있는 분이라면 중국어나 일어로, 그게 안된다면 우리말로도 됩니다. 구글 신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함께 하심이 어떨지요?


  Samuel Seong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메인 저자입니다. 모매체 국제부에 한 20년 글썼고 요즘은 xsfm 그알싫에 종종 등장하는 그 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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