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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난민에 대한 논란들을 보면서(5)

ravenclaw69 (mediamall)
2018-07-17 10: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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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야기해보죠.


Fact 4. 우리는 난민을 발생시키지 않았다?


선진국들이 난민 발생의 책임을 갖고 있다는 이야길 하면, 보통의 한국 사람들은 '그럼 우리랑은 관계 없는 이야기겠네?'라고 생각합니다. 뭐 어떻게 보면 당연하죠. 대한민국은 소득 수준에서 보면 선진국에 꽤 많이 못미치니까요. 그래서 '돈도 없는 나라가 뭔 난민'등등의 드립도 나오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이 전세계에 싸지르고 다니는 폐해도 상당합니다. 전세계에서 아이 만들어놓고 도망친 한국 남자들은 그 폐해의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예를 들자면 지금은 전세계 K&R산업(Kidnap & Ransom Business)의 말단 행동대원인 소말리아 해적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게 뭔 산업이냐고 하겠지만 2013년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대략 5억달러 규모의 산업이라고 추정한 바 있습니다. (참고 https://www.economist.com/blogs/schumpeter/2013/06/kidnap-and-ransom- insurance ) 즉, 요즘은 소총 몇자루와 고무보트 타고 해적질하러 다니는게 아니라 지나가고 있는 배의 운항정보 를 서유럽 국가들의 쩐주들로부터 받아 납치를 실행하는 범죄의 실무 집행자들이 되었죠.

그런데 이 해적들, 애초의 출발은 어민 자경단이었습니다. 미군이 소말리아에서 Black Hawk Down을 찍고 철수하면서 완전한 무정부 상태가 되자, 이 지역을 오고가던 전세계 원양어업회사들은 소말리아 영해를 싹쓸이 했습니다. 그 선봉에 섰던 것이 대한민국 원양어업회사들이었죠. (이 이야긴 한참 뒤에 한국 언론에서도 일부 다루는 이야기가 되었지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353&aid=0000004255 그러나 정작 이 일이 벌어지던 와중엔 한 번도 보도된 바 없습니다.)

지금은 K&R 산업의 조직원인 탓에 일반 어민들은 갖출 수 없는 무장과 활동범위를 갖고 활동중입니다. 하지만 애초에 이들이 무장하게 되었던 이유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입되어 있었다는 것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사실입니다.

그럼 1차 산업만 이 모양이었을까요? 지금도 아프리카 대륙에선 특정 자원을 독점하려는 기업으로부터 돈 받는 무장 세력들이 정부와 충돌하는 중입니다. 난민은 이 전쟁을 피하려고 하는 이들을 부르는 말이죠. 그런데 이렇게 거래되는 일부 자원들은 한국 출신 기업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상당히 높은 제품의 필수품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휴대전화 같은... 물론 해당 기업은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반군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지지 않습니다만... 여튼.

그러니 우리가 전세계의 난민발생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시는건... 세상이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좀 무시하고 계시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Fact 5. 하지만 한 국가의 고용시장과 관계가 있기는 한 난민 수용


인터넷에 글이라고 남기는 분들 중에 꽤 많은 분들은 이슬만 드시고 사시는 분들이지요. 2000년대에 수익모델 이야기를 하면 "무료인 인터넷을 갖고 돈을 만들려고 하다니! 이 봉이 김선달 같은 인간들!"이라고 흥분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컨텐츠든 서비스든을 제공할 수 있는건 사람의 노동력이 들어갔기 때문이잖아요? 그 노동력을 공짜로 제공할 수 있는 분들이 없는건 아닙니다만... 대부분의 경우엔 노동력을 제공한 만큼의 댓가를 받아야 먹고 살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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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것 먹고 살 수 없거든요;;;

인터넷으로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했던 회사를 다니던 이들은 저런 불만을 표시하는 분들을 두고 '쟤넨 DNA에 엽록소가 있나벼'라는 떨떠름한 농담을 했었습니다. 뭐 저 같이 육식을 좋아하는 잡식성 동물의 경우엔 일주일에 한 두번은 남의 살을 입에 넣어야 하는데... 이거, 최저임금 이하로 돈 벌면 답 없거든요.

'난민들이 일자리를 찾는다'는 이야길 갖고 '일자리를 찾아온 가짜 난민들'이라는 드립치시는 분들이 이 과죠. 남의 나라에 똑 떨어졌는데 당장의 호구지책을 위해선 일해야죠... 예멘 사람들은 DNA에 엽록소 생성능력이 있어서 아침 이슬만 받아먹어도 살 수 있답니까?

그런데 시리아 난민 갖고 전 유럽이 뒤집어졌을때... 국가별 난민 수용과 관련된 비율을 놓고보면... 고용시장과의 관련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의 제주 예멘 난민 정도를 수용하라고 EU의 압력을 받았을때 배째라고 자빠지면서, 동구권 붕괴 이후 처음으로 반EU꼴통 정부가 들어선 폴란드를 예로 들어보죠... 얘네, 유럽 전역으로 인력을 수출하는 인력수출국입니다. 자국에 적당한 일자리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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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 유로 더 주는 일자리를 찾으러 부유한 서유럽 국가들로 나가는 인구가 상당하지요. 뭐 여자들의 경우엔 옷 안 입고 연기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꽤 진출해있죠. 그런 상황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수용하니까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정권이 들어서버렸죠...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이고 있는 독일은 실업율이 꽤 낮은 상태인, 그러니까 상당히 호황인 상태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상황을 돌아보면... 아주 우울하지요. 지난 주말 저희 부부는 본의 아닌 주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내님의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보러 제 모교로 가야 했기 때문이지요. 이 시험은 접수를 조금만 늦게 해도 시험 못볼 수도 있습니다. 며칠 늦어서 춘천까지 가서 시험을 봐야 했던거죠.

여튼... 수원버스터미널에서 아내랑 같이 저녁밥을 먹는데, 아버지와 아주 우울한 대화를 하던 처자가 있더군요. 60대 초반으로 고시원에서 생활중인 그 처자의 아버지가 술에 잔뜩 꼴은 상태에서 전화를 했던 모양입니다. 아버지는 지금 당장 고시원비가 없고, 좀 있으면 받게 될 것 같은데, 그동안 너네 집에서 얹혀 지내면 안되겠느냐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딸은 '지금 내 앞가림 하기도 어려운데 내가 아빠를 거둬 살릴 수 있는 것 같냐고' 대답하더군요.

뭐 낳아주신 부모님께 냉정한 신세대라는 드립이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만... 1997년 IMF 이후, 그러니까 정리해고라는 것이 한번 대한민국 사회를 쓸고 지나간 이후... 가족 해체 비율이 상당합니다. IMF 이후에 대거 정리해고되셨던 분들은 뭐든 붐업이 되는 자영업을 시도해보셨다가 다시 망한 뒤 비정규직이나 일용직으로 생계를 잇고 있는 분들이 많지요. 그 처자의 아버지가 60대 초반이라면 딱 그 테크트리를 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족 해체'라는 건조한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단어에선 느끼지 못할 참담한 현실이지요.

고시원을 전전하는 60대라면 자산이라곤 하나도 없이 일용직을 전전하는 중이실텐데... 근력을 요구하는 일용직 시장에서 그 분이 얼마나 일할 수 있겠습니까. 집이 계속 망해가는 과정에서 딸이 충분한 교육을 받고, 번듯한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었을 가능성은 또 얼마나 있었겠구요.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좋은 일자리가 아닙니다. 일은 겁나 오래하는데 그 댓가는 제대로 받는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지요.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80713_0000363489&cID=10401&pID=10400 그렇다보니 일자리 나눔 같은 이야긴 섣불리 꺼낼 수 없는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난민에게 적대적일 수 있는 이유를 굳이 찾으려면 이런 피폐한 상황 때문입니다. 거기다 몇년 전부터 일부 사막 유랑민족의 잡신을 섬기는 무당 무리들이(전 이 분들과 기독교를 분명히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의 목사님들이나 기독교도들은 자신의 삶으로 선교를 실천하는 분이거든요. 자신의 집에 빈 방이 있다면 그 빈방 내줄 분들입니다) 이슬람과 다문화, 성소수자 등에 대한 증오, 혹은 혐오를 조장해왔단 말이죠.

그런데 이 시점에서 좀 뻔한 질문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조건 하나만으로도 남의 고통에 무감각해야 할까요?


Fact 6. 가난하지만 난민을 받아들이는 나라들


태국 동굴에서 조난되었던 아이들과 코치가 미얀마 난민이라는 사실은 언론보도로 꽤 다뤄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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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8천만인 나라에서 대략 40만명의 난민이 몰려와서 살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태국에 가 있는 난민들은 우리랑도 관계가 있습니다. 북한을 빠져나온 분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서류 작업들을 챙겼던 곳이 바로 태국이기도 하거든요. 예전엔 남아시아의 불교가 개인의 깨닮음에만 집중한다는 사발을 꽤나들 했었는데요... 솔직히 그 소승불교 믿는 나라들이 남의 나라에 재난이 발생하면 가장 많이 뛰어가는 나라들이기도 합니다.

이건 지난 2015년에도 마찬가지였어요. 네팔 지진 당시 처가에 있었던 저는 카트만두의 트리듀반 공항으로 거의 20분 간격으로 날아오던 태국 군용기를 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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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부번 공항으로 날아오던 태국공군의 C-130수송기.

이 군용기가 통상작전 수행을 위해 실을 수 있는 양이 20톤입니다. 지진 난 후 첫 3일간 얼마나 많은 물자들이 태국에서 날아왔는지 짐작이나 하실 수 있으신가요?

그런 태국이 우리보다 잘 사나요? 태국의 실업율은 우리보다 낮구요?

다른 아시아 나라를 더 이야기해보죠. 앞서 세 번에 걸쳐 미얀마의 로힝야인들 이야길 했었는데요... 대략 120만명에 달하는 로힝야인들 대부분이 향할 수 밖에 없었던 곳이 방글라데시입니다. 방글라데시라고 하면 세계 최빈국이지요. 그런데 그 나라가 120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였어요.

뭐 실업률이 정부 공식 통계에서 30%가 넘고 역시 세계 최빈국이긴 마찬가지인 제 처가 나라, 네팔도 부탄의 난민들과 티벳 난민들을 받는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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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면 '그렇게 없는 넘들이 펑펑 쓰니까 못살지'라는 이야길 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네... 그래서 다음 편부턴 뭘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좀 정리해볼까 합니다. 물론 제 사정에 따라 글 업데이트 주기는 달라집니다;;;


  Samuel Seong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메인 저자입니다. 모매체 국제부에 한 20년 글썼고 요즘은 xsfm 그알싫에 종종 등장하는 그 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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