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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가 본 세상(1) 외국인 노동자

Samuel Seong (mediamall)
2019-03-12 12: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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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노가다로 생계를 잇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책이 잘 안 팔렸구요, 3월 말 부터 일하려고 했던 곳의 상태는 언제 월급 끊길지 알 수 없겠다 싶었거든요. 대표 이사 책상 위에 무슨 무슨 캐피털의 명함들이 산처럼 쌓여있으면 빨리 퇴각해야 하는 법이죠. 그런데 외국인인 아내의 한국어 학당 학비와 생활비, 그리고 이런 저런 빚을 갚으려니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했던 일은 노가다 중에서도 노동강도가 꽤 강한 축에 들어가는 바라시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뭐냐면 철근 콘크리트 건물은 철근을 엮어 넣은 다음 그 철근을 거푸집으로 감싸고 거기다 콘크리트를 부어서 만듭니다. 바라시는 이 거푸집을 뜯는 거에요. 우리말로는 해체죠. 그렇게 들어가서 지난 10개월간, 월평균 26일씩 일했습니다. 이번 달 말이나 다음달 초 정도에 그만둘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그것도 아직은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철재 구조물 안쪽에 있는 거푸집, 업계 용어론 유로폼이라고 하는 걸 뜯는 겁니다.

 

가까이서 보면 저 폼들은 철재 핀으로 고정되어 있지요.

 

어떤 분들은 겨울에 어떻게 실외에서 노가다를 하냐고 묻지만, 겨울은 생각만큼 힘들진 않습니다. 올 겨울이 상대적으로 따뜻했던 것도 있지만 영하 10도라고 하더라도 한 두시간 일하면 몸에서 열이 나거든요. 거꾸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여름입니다. 지난 여름 같은 경우엔 정말 힘들었죠. 콘크리트는 굳으면서 약 60도 정도의 열을 냅니다. 이게 방 같은 경우엔 열기가 안 빠져요. 그러니 그 폭염에 그 안에 들어가면 하루 종일 사우나 안에서 일하는 것 같았죠. 뭐 제철소나 조선소에서 일하시는 분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안전화에 땀에 가득차서 그 땀을 세 번 정도 버리면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이런 직종은 저처럼 꽤나 절박한 사람들이 아니면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각종 안전규정들이 잘 지켜지는 대형 현장들의 경우엔 폭염 경보가 발령되면 이렇게 고위험군에 속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겐 작업 대기 지시를 했습니다. 철근, 알폼, 해체, 정리, 외부 방수 등등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직사광선은 물론 엄청난 열에 노출되어야 하는 일이거든요.

 

이 기준에 따르면 제가 하는 일은 작년 8월 내내 작업 대기 지시를 받아야 했죠.

 

그런데 작업 대기 지시를 받으면 노동자의 입장에서 그 날 일당은 날아가는 겁니다. 절박한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죠. 청취자 여러분께서 아실만한 건설회사들이 만드는 현장은 이때 망치 소리가 멎었던 곳이 꽤 됩니다만, 중소규모 건설사들의 현장은 정신없이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가던 현장들에서 고위험군에 속하는 일을 하던 이들의 절반 이상은 외국인들이었습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젊은 분들이라면 비슷한 돈 받으면서 훨씬 깨끗하고 덜 위험한 곳에서 일할 수 있어요. 비슷한 돈 주는데 왜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해요. 그러니 갈곳이 없는 저 같은 40~50대나 외국인들이 많이 일하게 되지요.

 

 

이런 높이에서 일하는건 아주 흔하죠. 대략 9미터 높이인데 안전고리 하나 걸 곳 없습니다.

 

이게 지상에서 45미터 정도 높이인 곳인데, 여기 서서 20kg짜리를 들어올리라는 작업 지시를 받기도 합니다. 목숨 내놓고 하라는거죠.

 

그리고 또 한 가지. 건설현장에서 압도적인 숫자를 차지하는 외국인들의 국적은 중국입니다.

 

좀 큰 현장으로 가면 색깔로 외국인과 대한민국 국적자를 구분했습니다. 여기선 노란색이 외국인이었죠.

 

건설현장에선 아침 6시 반까지 아침을 먹고 7시에 모여서 체조를 한 다음에 tool box meeting, 줄여서 tbm이라는 걸 합니다. 말 그대로 도구 상자에 총반장이 앉아서 오늘 직종별로 무슨 작업을 할 것이며 무슨 작업을 할 경우 어떤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요. 큰 현장 가면 100% 중국인 통역이 나와서 그 내용을 통역합니다. 지게차의 경우 끼어서 크게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꽤 많이 벌어지기 때문에 후진하거나 전진할때는 경고음이 나오거든요? 그때 한국어와 중국어 경고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현장 기본어 회화를 이렇게 붙여 놓고 관리자들이 외우게 하더군요.

 

큰 현장의 경우엔 관리자들이 갈만한 곳엔 작업과 관련해서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를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로 붙여놔서 항상 외울 수 있도록 하는 경우들도 많아요. 그럼 이런 현장들에서 한국인들과 이들 외국인들이 잘 지낼까요? 제가 경험한 걸론 중국인들에 대한 반감이 우주 끝에 닿아 있습니다. 왜냐면 이들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좋은 연장을 갖고 있고, 잠깐 한눈 팔면 바로 훔쳐가요. 저 만해도 20만원어치 연장 도둑맞았는걸요. 거기다 아무곳에서나 대변을 봅니다. 조금이라도 어두운 곳이라면 바로 렌턴을 켤 수 밖에 없는게 어디다 지뢰를 매설해놨는지 알 수 없어서 그래요. 다른 위험한 것들도 많지만요.

 

그래서 불법 체류자들이 있다는 눈치를 채면 한국인 노동자들 상당수는 바로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신고합니다. 내 밥줄 끊어먹는 더러운 놈들이라는 생각들을 많이 하거든요. 제가 일하던 대규모 현장에서도 몇 번 단속이 있었습니다. 수백명이 뛰어다니는 스팩타클을 꽤 봤죠.

 

난민 반대를 외치던 목소리들 중에 일자리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오던 것은 이 문제랑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미 많은 외국인들 때문에 우리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는데 더 받는 것이 말이 되냐는 겁니다. 그럼 도대체 얼마나 많은 외국인들이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걸까요? 이건 대략적으로 추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건설현장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이들은 4시간에서 8시간 교육을 받은 재외동포비자인 F-4비자 받은 21만4천여명, 그리고 방문취업비자인 H-2비자를 받은 14만여명이 거의 다 입니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Employment Permit System 시험을 치고 한국에 들어오는 약 25만명의 경우엔 특정 하위 카테고리의 일부만 일할 수 있고, 단기 취업이나 구직 비자 등은 의미가 없는 숫자들입니다. 몇 백에서 몇 천명도 안되거든요. 현장에서 결혼비자인 F-6비자를 갖고 있는 외국인들도 꽤 만났는데, F-6비자를 받는 사람들은 여성이 대부분이고 남자는 2만명 정도 밖엔 안됩니다.

 

그러니까 합법적으로 건축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이들은 남성의 경우 최대 35만명 정도죠. 그런데 2016년 통계에 의하면 건설업 종사자들은 대략 157만명 정도입니다. 현장에서 보면 절반 이상이 외국인인 것처럼 보이는데 22%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하면 좀 이상하지 않아요? 법무부에서 밝히는 불법체류자들은 몇 년사이에 10만명 정도 늘어서 33만5천명 정도라고 하는데 말이죠. 이 경우에도 외국인 비중은 43% 밖에 안되는데, 왜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절반 이상으로 보일까요?

 

그건 전문대 이상에서 자격증을 받아야 일할 수 있는 업종에 한국인들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나 큰 장비를 움직이거나 안전관리 등을 맡는 분들의 숫자는 tbm할때 안 보이거든요. tbm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이 종사하는 업종의 대부분은 기술자 밑에서 조공으로 열심히 쫓아다녀야 기술자 대우를 받는 곳들이에요.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곳이니까 외국인들이 많은거죠.

 

외국인들이 많으니 외국인들을 쫓아내면 나의 임금이 올라갈 여지가 많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긴 쉽습니다. 아주 간단한 수요-공급의 법칙이니까요. 그러나 우리 이 지점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노가다 하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자주 가던 목욕탕의 떼밀이 아저씨는 제가 노가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자마자 제가 탕에 들어가면 물들을 빼기 시작하더군요. 식당 주인이 반말을 던지는 경우도 예사구요, 같이 엘리베이터를 탄 것을 두고도 기분 나빠하는 분들 여럿 만났습니다. 사람 대접 못 받는다는 말입니다. 사람들이 사람대접 받지 못하는 일을 많이들 하려고 할까요?

 

그런 일이 어찌 되었든 간에 157만명 정도는 항상 필요로 했단 말이죠. 1990년대 부터 이주노동자들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노가다는 가장 급속도로 외국인들로 대체되었던 직업이에요. 그리고 이쪽 일은 경기를 많이 타기 때문에 경기가 좋으면 한국인들이 줄어들고, 경기가 나쁘면 한국인들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정부는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외국인들에게도 꽤 많은 제약조건을 달아놨습니다.

 

일단 몇몇 비자를 제외하곤 한 번에 4년 10개월 이상 연속해서 체류할 수 없습니다. 5년 이상 지나면 영주권 비자라고 하는 F-5비자를 신청할 수 있거든요. 두 번째는 허가 받은 직종 이외의 일을 하면 안됩니다. 형틀이면 형틀 일만 해야 하고, 목수로 허가 받았으면 목수일만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적 노동 현실을 좀 생각해보죠. IT개발사에서 기획자가 아예 코딩을 모르는 경우 있나요? 웹디자이너가 다양한 동영상 툴을 쓰는 법을 모르는 경우 있나요? 때 되면 하는 업무 영역을 넘나들면서 일해야 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3~4명 일해야 하는데 한 명 집어넣고 돌리는 곳이 대부분이니까요. 건설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쉽게 불법체류자가 될 수 밖에 없죠.

 

쉽게 불법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것은 필요할때만 쓰고 돌려보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즉, 한국에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이유는 정부가 ‘값싼 노동력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는 산업계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라고 봐야 합니다. 애초에 외국인들을 불러들인 것이 우리 정부였으니 다 잡아서 보내면 문제 해결되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 주장은 아주 비현실적입니다.

 

무엇보다 10개월 일하면서 불법 체류자가 일할 수 없었던 현장은 딱 하나 밖엔 못 봤습니다. 대략 500명 정도가 일하는 중간 규모 빌라촌 건설현장이었는데요. 여긴 민주노총의 건설산업연맹 조합원들이 100명 정도 일하고 있었고, 한국노총의 건설산업노조 조합원들이 40명 정도 일하던 곳입니다. 건설산업연맹이 권한을 위임받아 진행했던 단체협약에 불법체류자를 채용 하지 않는다를 넣었던거에요. 단협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기껏 불법 고용 금지인데, 통계청이 밝힌 건설산업연맹 조합원은 2016년에 추산되지도 않았습니다. 조직률이 형편없다는 이야기에요. 그러니 단협을 할 수 있는 사업장이 얼마나 될까요? 거기다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소문들 중에 하나가 민주노총이 불법 체류자들을 보호한다는 이야기인데, 그거랑 전혀 반대되는 상황이죠.

 

민주노총이 불법체류자들과 이주 노동자들에게 온정적이라고 사람들이 착각하는 이유는 민주노총이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차별하는 법안 제정을 반대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비숙련 노동이고, 특히 사람을 만나는 서비스 업종의 일이 아닌 일을 하는데 급여를 적게 줘도 된다면 사업주는 어느 쪽을 고용하게 될까요? 돈 버는 것보다 경비절감으로 돈 아끼는게 훨씬 더 쉬운데? 애초에 이주민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우리의 직업 안정성이 극도로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으로 천대 받는 노가다라도 해야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니까요. 그런데도 민주노총의 입장을 배격하는 것이 문제 해법일까요?

 

사실 대규모 건설현장에서 ‘불법체류자’들을 많이 쓰는 이유는 딱 하나 입니다. 정부 공공과제 등에 참여할때는 단위 노동자들의 숙련도 수준이 중요합니다만, 대한민국에선 목수나 제가 일하는 바라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숙련도는 중요하게 보지 않습니다. 제가 일하는 업종의 경우, 최고 많이 받는 분들은 하루 25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대체로 최고 일당은 하루 18만원 정도입니다. 이건 원청에서 주는 돈이고, 실제 팀을 이끄는 팀장이 숙련자인 기공에게 주는 돈은 15~16만원 선이죠. 차량 운행등의 경비들이 있으니 그걸 빼고 지급하는 겁니다.

 

반면 불법체류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경우엔 10만원 정도만 줍니다.

 

초보자와 숙련자의 작업효율 차이는 큽니다. 하지만 숙련자들이 8시간 일하는 반면, 직접 고용된 불법체류자들은 11시간 일하는게 흔한게 건설현장입니다. 한국인 노동자들이 아침 6시에 아침먹고 7시에 일을 시작해 오후 4시 정도에 일을 마치는데, 불법체류자들은 그 이후에도 일을 더 하지요. 오후 5시쯤 저녁먹고 7시에 퇴근하거든요. 이 추가 시간 등을 계산하면 합법 한 명 고용하는 것보다 불법 둘을 고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이 높습니다. 당연하지만 안전사고도 많이 일어납니다.

 

이런 판에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최저임금보다 덜주게 되면, 한국인 고용율이 높아질까요? 외국인 고용율이 높아질까요? 당연히 싼 쪽 선택하지 않겠습니까?


  Samuel Seong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메인 저자입니다. 모매체 국제부에 한 20년 글썼고 요즘은 xsfm 그알싫에 종종 등장하는 그 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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