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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 두가지.

ravenclaw69 (mediamall)
2020-02-20 10: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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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

제 블로그 오신 분들에겐 좀 지겨운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015년 네팔 대지진 이야기는 정말 많이 했던 이야기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하려는 이야긴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 지진 당시 한인들 중 일부는 바로 다음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네팔을 떴었습니다. 큰 지진이 한 번오면 여진이 계속되는데, 첫 날에 있었던 여진은 거의 100회가 넘었고 그때마다 규모 5 이상이었거든요. 제대로 지어진 것인지 확신할 수 없는 판에 계속 흔들리니 바로 도망갔던 겁니다.

사실 재난 상황에서 침착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실제로 네팔에서도 첫 주차에 수인성 전염병(콜레라)가 돌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나가 며칠 사아에 40만명이 수도 카트만두에서 탈출했었거든요. 네팔은 아직도 상수도 시스템이 없는 나라입니다. 지하수 관정을 파고 지붕에 있는 물통에 펌프로 물을 끌어 올려놓고 씁니다. 정전이 생활이니 필요할 때마다 펌프를 쓰긴 어렵거든요. 그러니 지하수가 오염된다면 대책 없는 상태가 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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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아수라장

하지만... 매번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재난 상황이 벌어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 착해집니다. 남아 있었던 한국사람들 대부분은 네팔 이웃들의 따뜻한 환대를 경험했지요. 얼굴만 알던 사이임에도 자신들의 텐트 한 구석을 열어주고, 같이 지낼 수 있도록 했다는 증언들이 참 많았습니다. 나쁜 일이라곤 항상 승객들 뒤통수 치기 바쁜 택시 기사들의 바가지 요금이 아주 심해졌다는 것 정도죠. 전세계의 언론업계 종사자들이 들이닥쳐 현지 물가를 감안하지 않은 요금을 마구잡이로 뿌리고 다녔으니까요.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던 한국사람들 대부분은 여진에 익숙해져가면서 이웃의 정을 돈독히 쌓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몇 몇 한국 분들은 아주 심각한 PTSD 증상을 보였습니다. 이 분들, 공통점이 하나 있었어요. 네팔이라는 가난한 나라를 평소에 아주 심하게 업신여겼던 분들입니다. 나라 같지 않은 나라에서 재난상황이 발생했으니 어떻게든 죽을 수 있다는 공포에 빠졌던 분들이죠. 그리고 이런 류의 공포는 전염성이 있습니다.

 

| 특정종교, 특정지역, 특정 정치성향, 특정 업종에 대한 혐오

대구에서 COVID-19 환자 한 분이 거의 200명에 가까운 사람들과 밀접 접촉이 있었습니다. 그리곤 오늘만 19명(오후 19시 51분 현재)의 새로운 확진 환자들이 나왔죠. 이들 대부분은 최초 감염자들에게 감염된 분들이었구요.

저도 뭐 본적지가 통영이다보니, 경상도 사람들의 성향에 대해 쬐끔은 압니다. 부모님만 하더라도 깨어 계시는 시간 대부분은 TV조선과 함께 하시는걸요. 현 정부가 하는 일에 삐딱선을 안 타실 분들이 아니죠. 환자 분의 상태도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그 분들이 즐겨 보시던 매체들은 COVID-19를 "우한폐렴"이라고 불렀습니다. 실제 폐렴 증상을 보인 분들이 많지도 않았지만 말입니다. 그러니 그 매체들만 보시는 분들이 "내가 중국에 간 적도 없고, 이건 폐렴 증상이 없는데 COVID-19라니! 사람들이 날 속이는거야!"라고 반응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족쳐야 하는건 COVID-19 혹은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공식명칭을 끝까지 안 쓰고 "우한폐렴"이라고 이름을 붙였던, 정치적 욕망 밖엔 없는 문과 기레기 ㅅㄲ들입니다. 특히 데스크 말이죠. 이미 지역간 감염사례들이 있어서 질병관리본부가 감염자의 동선을 공개하고 있는 상태에서 "우한폐렴"이라고 이걸 이름 붙이면, 사람들은 "우한에서 발생한 폐렴"이라고 읽게되죠. 즉, 그 지역에 가 본 적이 없고 폐렴 증상이 없으면 감염되지 않은 줄 알게 만든 겁니다.

특히 어느 매체는 한참 중국정부가 갈피를 못 잡는 상태에서 우한에 들어갔다가 우한이 봉쇄되는 과정에서 빠져나온 것을 무슨 영웅담처럼 써갈긴 전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감염자들과 직접 접촉에도 나섰었죠. 거기 데스크, 제가 장담하는데 아마 오늘 만세 불렀을 겁니다. 드디어 전국적으로 확산시켜서 정권에게 심각한 타격을 줘서 이제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입니다.

장담하는 이유요? 전적이 많거든요. 2015년 네팔 대지진 당시에도 1400km 떨어진 방글라데시의 다카에서 자신이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것처럼 기사 써서 송고한 기자에게 아무런 문책을 하지 않았던 곳입니다. 그 분이 상상력으로 휘갈긴 기사 때문에 네팔에 봉사활동 하러 와 있었던 고등학생 부모들이 기함을 해서 정부가 뜬금없이 전세기를 띄우게 만들었죠. 제한된 인원들이 그 쓸데없던 짓을 하느라 정작 해야 할 일들은 한동안 뒤로 미루어져 있었습니다.

대표적인게 지진 당시 트레킹을 하고 있었던 분들의 구출 방법이었어요. 몇 명이 어디에 있다는 것 파악하려면 네팔에서 나라밥 먹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며칠은 달라붙어야 합니다. 그것도 최소 인원 밖엔 파악하지 못하죠. 한국인 여행자들의 일반적인 동선에서 벗어나 있는 분들이 좀 있으니까요. 그 외에도 장기체류중임에도 신고 안한 사람들 찾아내는 것도 바쁜 판에 뜬금없이 전세기를 띄웠죠. 그것도 다음 다음날에 정기편이 있는데 말이죠.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분노가 이쪽으로 결집되는게 아니라, 특정종교, 특정 지역, 특정 정치성향, 특정 업종에 대한 증오만 인터넷에선 넘실거리고 있네요?

 

| 전염병을 이기는 두 가지 무기

지난달 말, 우한지역에 있던 한국인들을 전세기로 데려오겠다고 했었을때... 한국에 돌아오신 분들이 2주간 격리될 곳으로 알려졌던 도시들에선 격렬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었죠. 다행스럽지만 곧바로 돌아오시는 분들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들이 넘쳐나기 시작했고, 도착하셨을때는 아무런 갈등도 없었습니다.

반대 시위에 나섰던 분들은 "두려운 일이 생기려고 한다"는 것만 생각하셨겠지만, 그 분들이 들어야 했던 비난은 이런 것들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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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에서 자국으로 돌아온 나라들 중에서 이런 시위는 한국에서만 벌어졌다. 이런 시위를 하는 한국인들은 잔혹한 냉혈한들이다.

사실 지역민들이 시위에 나섰던 것은 '자신들의 동의 없이 두려운 전염병을 가졌을 지도 모르는 이들이 대거 쏟아져 들어온다'는 공포였죠. 마지막으로 우한에서 들어오신 분들이 수용되었던 이천만 하더라도, 지역 이장님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했을때 요구했던 것은 안전하게 차단해달라는 것이었잖아요?

중국을 다루는 매체들 중에서 그래도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입니다. 지난 2월 8일 이 신문에는 옥스포드 대학에서 보건시스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Swee Kheng Khor 박사의 기고문이 하나 실렸었습니다.

제목은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투는 종과 종의 전투이지 국가간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승리하는데 필요한 것은 과학과 연대다"라는 것이었습니다. https://www.scmp.com/week-asia/opinion/article/3049532/coronavirus-fight-between-species-not-countries-we-need-science

이 분, 2009년 H1N1 돼지 독감때도, 사스때도 최전선에 계셨던 분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을때 사회가 어떻게 공포에 휩싸이게 되는지를 아주 잘 아시는 분이죠. 제정신을 가진 매체들이었다면, SCMP와 글의 필자의 동의를 얻어 번역해도 괜찮았을 겁니다. 아니면 국경없는 의사회나 정부의료지원단 등으로 에볼라 같은 끔찍한 질병과 써워봤던 분들의 경험담을 실었겠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특정국가에 대한 혐오나 증오가 아니라 연대와 과학이라고.

초창기엔 중국인들에 대한 혐오가 하늘을 찔렀죠. 자주 접속하기 힘든 상황이라 지금도 그런지 안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 증오가 특정종교, 특정지역, 특정 정치성향, 특정 업종에 대한 증오로 옮겨간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하지만, 그 증오.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데 전혀 도움 안됩니다. 그 지역을 떼어내서 훗카이도 위쪽 즈음으로 보낼 수 있는게 아니라면 지역에 대한 증오는 도움이 안됩니다.

특정 지역에 대한 공공연한 혐오는 거꾸로 감염자들이 숨는 결과만 낳을 겁니다. 특정 종교에 대한 공격도 마찬가지에요. 이단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집단에 있는 분들은 한국 사회의 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이 아닙니다. 소외되어 있는 경우, 혹은 힘들때 사회적 도움을 받아보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분들은 자신이 믿는 신념체계가 공격 받으면 잘못한 것을 인정하지 않고 현실을 부정해버리죠.

일이 그렇게되면 전국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라고 굿을 하고 있는 매체들만 좋아질 겁니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좀 더 분명하지 않을까요? 몰라서 한 행동이라는 변명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고, 얌전히 치료와 격리에 따르도록 해야죠. 비난할 것이 아니라 말이죠. 비난 받아야 하는 건 아예 굿을 하고 있는 매체들과 특정 정당 밖엔 없어요. 그리고 감염된 분들도 "우리"라는 경험을 해야 이단 논란이 있는 종교랑 빨리 끊어집니다.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신앙활동을 요구함에도 그걸 충실하게 따르는 이들에게 "사회"란 그들끼리 모여 있는 곳 밖엔 없기 때문이니까요.


  Samuel Seong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메인 저자입니다. 모매체 국제부에 한 20년 글썼고 요즘은 xsfm 그알싫에 종종 등장하는 그 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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