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검색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적하는 우리의 치명적 약점 하나.

ravenclaw69 (mediamall)
2020-02-28 08:47:36
2    

사용자경험

 

산행을 거의 해본적이 없는 분들이 무리하면, 하산하면서 엄청난 근육통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쓰던 근육을 갑자기 많이 쓰기 때문이죠. 몸 쓰는 일을 하는 업종에서 소위 "요령"이라고 알려주는 것들 대부분은 몸의 근육과 뼈를 자연스럽게 이용해서 최대한의 힘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거, 익숙해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근육을 그렇게 써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꽤 오래전에 인터넷 서비스 기획자 밥 먹으면서 이런 저런 서비스들을 개발할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고객님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어떻게 편하게 하게 할 것이냐였죠. 고객님이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서비스를 기획하면 거의 필망의 루틴을 탔죠. 그런데 이걸 일상 생활로 옮겨 놓으면 좀 다른 세상이 보입니다.

예를 들자면 문을 여는 동작을 들 수 있죠. 사실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문을 밀고 들어가는 형태가 가장 편합니다. 하지만 건축물이라고 하는게 있는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설계되는 탓에 당겨야 열리는 구조를 가진 곳도 많지요. PUSH, PULL 혹은 당기시오 미시오 라고 표시를 해놓은 것은 '사람에게 딱히 편하다고 할 수 없는 환경을 제공해야 하니 너님이 이거 보고 이해해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사용자 경험이라는 것이 반복된 학습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니까요.

문젠 '몸에 익은 동작'이 아니라고 한다면, 혹은 몸에 익은 동선이 아닌 형태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이게 아주 황당해지기 시작합니다.


기술의 발전

 

대표적인 것이 페스트푸드 프렌차이즈에서 많이 쓰고 있는 키오스크입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한참을 헤매다가 직원의 도움을 받아 결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면 쓸 수 없는 분들의 경우엔 아예 페스트푸드 프렌차이즈를 찾지 않죠. 이게 키오스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 부모님의 경우,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신 분들입니다. 대학 교육을 받고, 일 때문에 전세계를 돌아다니셔야 해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대감은 상대적으로 적은 분들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 전화를 잘 못 받으십니다. 어머님이 외국인 친정에 가 있는 며느리에게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을 보내신 적이 있는데, 막내동생이 거의 30분동안 쓰는 법을 알려줬다죠. 저도 통영에 갈때 아버지께 문자 읽는 법을 계속 알려드리는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사실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모두가 그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배제되거나 소외되고, 누군가는 그것으로 직업을 잃을 수도 있지요. 이 분들을 보살펴야 하는 것은 사회구요. 그래야 기술발전이 계속 이루어질 수도 있는거구요.

딱히 특별한 것이 없는 이 두 가지 이야길 하는 것은 바이러스 하나가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가고 있는 와중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왜 사람들은 1339에 먼저 전화를 하지 않았던 것일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국내에서 확인되면서 질병관리본부가 지속적으로 홍보했던 것은 증상이 나타나면 "1339로 먼저 연락을 한 후, 지시에 따르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침 예절, 손 자주 씻어야 하는 이유, 마스크 쓰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이걸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그닥 많이들 생각하고 따르는 것 같진 않더군요.

손은 입과 함께 우리의 몸에서 가장 더러운 기관 중 하나입니다. 외부로 노출되어 있고, 이것저것을 많이 만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 상태에서 얼굴, 특히 눈이나 코나 입안의 점막질을 만지게 되면 무엇이든 감염에 쉽게 노출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마스크는 바이러스를 막는 용도가 아니라 바이러스를 옮기는 '침' 같은 것을 막는 방어구입니다. 당연히 천 마스크도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굳이 1339로 먼저 연락하라고 한 것은 감염자가 응급실을 찾게 될 경우, 그 병원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이 모조리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죠. 병원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깨끗한 공간이 아니거든요. 2차 감염은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은 물론 간호사의 지시사항도 철저하게 따라야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뭐 간호사를 다방 레지 취급하는 분들이 그 말을 듣나요. 특히나 한국 환자들이 선호하는 것이 1차 진료기관부터 천천히 올라가는게 아니라 일단 3차 진료기관부터 찾아가는거잖아요? 이런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를 잡아야 하는 판국에 일반적인 행동을 하게 되면 의료시스템이 박살나기 때문에 1339를 계속 홍보했던 겁니다.

문젠... 이게 일반적인 의료 패턴과 완전히 다르다는 겁니다. 인후통이 초기 증상인데, 목아파 뒈지겠는데 전화를 먼저하고... 몸이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말라니. 이거 무시하면서 초기에 몇몇 병원들에서 난리가 났죠. 특히 신천지로 폭발적인 전파가 이루어진 대구와 경남의 병원들은 환자들이 이런 패턴을 보이면서 병원 자체가 폐쇄되는 일들이 벌어졌던 겁니다.

병이 걸렸는데 일반적인 패턴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확진자들의 행동을 보면 대략 나오는게, 질병관리본부에서 요구한 방식으로 행동한 확진자들은 20~30대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여러 병원은 물론이고 지역사회까지 작살낸 경우는 50대 이상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드라이브 쓰루 선별진료소라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이렇게 몇 개의 병원이 초토화된 뒤였죠.


왜 신천지 신도들은 질병관리본부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것일까?

 

신천지 이야기를 하려면 저도 화가 나는 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대구에서의 확산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에요. 처가에 가 계시는 마눌님께서 귀국하셔야 하는데 한국에서의 확진 환자가 어머어마한 속도로 나오기 시작하자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편이 왕창 줄어들었습니다. 표 확정은 또 인터넷이 아니라 전화로 해야 하는데 한 시간씩 기다려야 했죠. 그런데 그게 계속 취소가 되어놓으니까 3일 연짱으로 전화질만 해야 했어요. 이런 판에 신천지 욕이 안나오겠습니까.

그런데, 자가격리대상인 대구의 70대 부부가 질병관리본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남양주의 딸들 집에 갔다는 기사를 읽다가 잠깐 현타가 오더군요. 바로 이 부분 때문입니다. "이 여성은 지난 21일 대구 서부보건소에서, 이틀 뒤인 23일 질병관리본부에서 '자가격리 대상자'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두 차례 받았다." COVID-19가 무서운게 초기엔 일반적인 감기 같은 수준의 통증을 주면서도 엄청난 전염성이 있다는거죠.

신천지인지 신천치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도 딱 걸리는 부분은 저거입니다. 나이 많은 양반들이 많이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 중요한 내용을 '문자'로 받았다는 것. 앞서 이야기했지만... 나이드신 분들 중에 상당히 많은 분들이 문자메시지를 읽지 못합니다. 갤럭시나 아이폰 최신 모델과 갤럭시 기어 혹은 아이워치 최신 모델을 차고 다니면서도 정작 그거 쓰는 법 몰라서 부하 직원에게서 배우는 사장님들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 사장들 기껏해봐야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인데도 그래요. 그런 양반들이 문자를 못 봤을 가능성, 상당히 높습니다.

아니, 무엇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내용을 문자로만 통지 받는게 그렇게 많진 않잖아요? 문자 해고가 아직은 뉴스거리인 세상이란 말이죠. 그럼 어떻게 했어야 한다는거냐....


경험디자인

 

introduction-to-experimental-design-6-638.jpg

기업들이 신제품을 만들때, 새로운 UX(User eXperience, 사용자경험)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라면 불러들이는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경험 디자이너"죠. 이들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행동 패턴에 대한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어떻게 해야 최첨단 기기를 사용할 수 있을지 기업에게 조언하고 꽤나 비싼 컨설팅비를 챙기는 분들입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Task Force 그룹이 만들어지죠. 그리고 그 TF 그룹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결합해서 당대의 난재를 해결하게 됩니다.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벌어지는 논쟁들 중에 하나입니다만, "전문가의 말을 왜 안 듣냐"는 말들, 이 이야기 하시는 분들은 본인이 몇 세기에 살고 있는지 이실직고 하고 계시는 분들이에요.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 집단들이 해결할 수 있는거, 거의 없습니다. 아닌 말로 역학조사관들이 가장 많이 만드는 것은 수학적 모델이에요. 그 모델의 실증을 위해선 분석가들이 또 달라붙어야 하죠. 질병관리본부의 인적 구성도 보건의학 전공자들로만 구성되어 있진 않습니다. 수많은 분야의 날고 긴다는 전문가들이 달라붙어야 해요. 이런 판에 '전문가 이야기를 안 듣는다'라고 말하면, 그 사람 사기꾼입니다. 한 분야의 전공자가 이 복잡한 세상의 모든 것을 안다니. 그게 말입니까? 방구입니까?

그런데 지금 배제되어 있는 것이 분명한 전문가 집단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경험디자이너들이에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행동하기 때문에 선별진료소를 어떻게 만드는 것이 낫다는 제안을 할 수 있는 이들이 이들이고, 1339의 단위 층위들(Layer)을 어떻게 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제안할 수 있는 이들도 이들입니다. 이 이야길 하는 이유가 뭐냐면... User Interface 한번 설계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 이 작업에 참여했다면 절대로 할리가 없는 잘못된 부분이 1339 ARS에 있거든요.

이 바이러스, 중국이 시작점이었잖아요? 그리곤 중국인을 막아야 하내 말아야 하내 가지고 논쟁을 벌이고 있죠? 그런데 왜 중국어 밖에 못하는 분들, 혹은 한국어가 아주 서툰 분들을 위한 다국어 설정이 왜 빠져 있는겁니까? 심지어 처음 단계에서 외국어 안내는 영어 밖에 없고, 그 영어 안내에 따라 번호를 누르면 한국어 안내가 먼저 나옵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 바로 길을 잃습니다. 대한민국에 상주하는 외국인이 200만명이 넘은지 오래고, 연간 방문하는 관광객이 1500만이 넘는 시대에 이게 뭐랩니까. 심지어 첫 확진자도 놀러온 관광객이었잖아요?

어떻게 이게 이렇게 무시되고 있는지 황당하다 싶어 모 대학에서 경험 디자인 강의하고 있는 교수님께 이 이야길 했더니 이렇게 답하시더군요.

"하하 비밀 하나 알려드리자면, 한국에서 '사회를 위한 디자인'에 연구비 주는 곳은 거의 없답니다. 정부 포함. 한국은 아직, 그래요."

뭐 이해는 됩니다. 이 글 읽으시는 분들 중에 "경험 디자인"이라는 영역이 있다는거 아셨던 분보단 그게 뭐냐고 할 분들이 몇 곱절은 더 많을껄요? 저만 하더라도 쬐끄만 건축회사에 몸 담고 있었을때, 경험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홍보 동영상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꺼냈더니 "사장이 디자이너인데 왜 다른 디자이너에게 외주 주냐"고 이사가 짤랐던 적도 있는걸요. 심지어 그 사장은 건축이나 디자인 전공도 아니었다는 걸 생각하면 그냥 웃죠 뭐.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질병관리본부에 계시는 분들이 엄청나게 자신을 갈아넣고 있다는거. 전국의 의료진들이 이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중이라는 거. 잘 압니다. 사실 이 이야길 지금 꺼내는 것도 처음엔 죄스러웠어요. 갈리고 있는 분들에게 더 많은 일을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이죠.

그럼에도 쓰기로 했던건... 지금 인터넷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들은 실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보단 '이미 지나간 일을 가지고 남의 탓하기'에 집중된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시진핑 연내 방한을 위해” 중국인들을 막지 못했다고 하는 분들을 좀 보는데... 연내에 시진핑 봐야 할 이유가 뭔지;;; 잘;;; 그리고 애초에 우한의 의료체계가 무너지는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모든 권한을 시진핑에게 집중했던 것이라면, 엊그제 뜬금없이 입국자들을 격리한 것은 또 지방정부에게 방역권한을 대거 넘겨서 저 난리인데요? 외교연구원 정도에 저 집과 머리 뜯고 싸울 수 있는 키워가 하나 필요한 판이긴 합니다만, 여튼... 그게 그렇게 중요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말 하는 분들보다 몇 배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거든요.

"“Border measures will not be as effective or even feasible, and the focus will be on community mitigation measures until a vaccine becomes available in sufficient quantities,” says Luciana Borio, a former biodefense preparedness expert at the U.S. National Security Council who is now vice president at In-Q-Tel, a not-for-profit venture capital firm."

미국과학진흥회에서 국경봉쇄가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다고 하잖아요?
원문은 밑에 링크 보세요.

https://www.sciencemag.org/news/2020/02/coronavirus-seems-unstoppable-what-should-world-do-now?fbclid=IwAR3N52FPRmPgJ4O5v2m354k374tD8chZbtyCBgMNCnIuXGOzOvcgThcmfYc

"In the latest issue of the Journal of Emergency Management, Errett and two colleagues reviewed past travel bans implemented for Ebola and SARS, and they reported that most were only effective in the short term. Similar investigations for influenza found that travel bans could delay the spread of epidemics by one week to two months, but the overall incidence of the disease only dropped by 3 percent."

네셔널지오그라픽은 비슷한 주제의 기사에서 국경봉쇄의 효과는 전체 감염발생의 3% 정도만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원문은 밑에 링크.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science/2020/02/why-travel-restrictions-are-not-stopping-coronavirus-covid-19/?fbclid=IwAR3R7zHnh_p2NNNDITzZvhcVl-5TwH7B0FhPtuMPvbkbJAMetQSQ007syUw

사실, 재난상황에서 SNS는 가장 피해야 할 매체입니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성향과 비슷한 사람하고만 연결되어 있고, 또 AI가 추천하는 유툽 체널 같은 경우에도 자신이 바라보고자 하는 틀만 갖고 세상을 보여줘요. 이건 케임브리지 아날리티카 스캔들은 SNS를 통해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가짜 뉴스를 효과적으로 뿌려서 여론조작을 할 수 있었는가를 보여줬죠. https://steemit.com/kr/@ravenclaw69/268c-2018-4-14

무엇보다 이번 재난이 극적으로 보여줬던 것은 한국 사회가 아주 많이 망가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아베 정부가 겁나 빙구짓만 하고 있어서 색이 많이 바래긴 했습니다만...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일본 전역에서 전기가 모자랐을때... 일본 시민들은 "야시마 작전"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신세기 에반겔리온의 한 에피소드에 나오던 작전이죠. 일본 전체의 전기를 총 한 자루에 담아서 사도를 날리던.

자기보다 더 급한 사람들, 그리고 시급한 수술을 해야 하는 병원에 전기가 모자라면 안된다고 스스로 절전운동을 펼쳤죠. 그해 3월에 꽤 추웠음에도 국가 시스템을 유지하는 이들이 다시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좀 더 급한 사람에게 양보'했겠죠 물론.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요? 배 좀 아프다고 COVID-19 전염 가능성이 있는 분들이 그 이야기도 안하고 119 불러서 병원가고 있다는거 보면... Cult에 의존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보다 더 심각한 상태가 아닌가 싶거든요. 거기다 지금 대구의 outbreak은 Cult 한 집이 사단을 낸건데 대규모 집회랑 주말 예배를 한다구요? 그러면 신천지랑 다를게 뭔데요?

재난의 복구는 재난이 닥치기 전보다 더 낫게 만드는 겁니다. 사회적 디자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특히 절실한게... 받들어 모시는 마눌님이 네팔 국적이고, 제가 남아시아에서 거의 10년동안 별의 별 짓을 다 했던 까닭에 한국에 들어와 있는 남아시아 국적 분들을 꽤 많이 압니다. 이 분들, 요즘처럼 시시때때로 긴급재난문자가 울리는 걸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 아시나요?

지구 종말의 날에 깔리는 배경음 같이 들린답니다. 네팔에 있는 지인 둘과 오늘 한참을 페북 메신저로 이야기했는데, 이게 삑삑거리고 울리고 있으니 한국에 와 있는 네팔 EPS 노동자들 상당수가 페닉 상태라고 하는군요. 이들까지 챙겨야 하는건... 한국 사회가 이들 없으면 못돌아간다는 것도 있지만, 재난 상황에서 공포는 쉽게 전염되기 때문입니다.

니는 뭘 알기에 이런 이야길 하냐구요? 저 이 책 저자인데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28874229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이런 책 쓸만큼 온갖 경험한 사람 그렇게 많지 않아요. 콜레라 발병지역 근처에서 몇 달을 일했는데요. 그리고 일이 어떻게 되건간에 더 이상의 포스팅은 없을 겁니다. 조또 미학 공부한 나부랭이가 재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만한 사람이 이야기하는 걸 시비거는 꼴 별로 맘에 안들거든요. 거기다 관종이라니. 공개된 글을 몇 개나 썼다고.

무엇보다 악전고투를 벌인 끝에 이제 마나님 돌아오시니 받들어 모시기 바빠집니다.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나라에 남편놈 한 놈 믿고 날아와서 살기 위해 어려운 한국어 배운다고 고생 많은 분이랑 같이 시간 보내야지 컴터 앞에 앉아선 안되니까요.

그런데도 이 이야길 하는 이유. 이런 이야긴 재난 상황 끝나면 바로 잊어먹습니다. 어느 사회나. 이럴때 기억하게 만들지 못하면 나아지진 않죠... 잊어먹지 마시라고 지금 이야기 한 겁니다. 누군가는 기억할테니까요. 그럼 이만.


  Samuel Seong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메인 저자입니다. 모매체 국제부에 한 20년 글썼고 요즘은 xsfm 그알싫에 종종 등장하는 그 넘입니다.

 

댓글[0]

열기 닫기

게시글 검색
1 2 3 4 5 6 7
 

콩가루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