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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재규] 연재를 시작하며..김재규, 그는 누구인가?

牛公移山 (bhsaurus@gmail.com)
2019-03-14 02: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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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30년 전에 개인적으로 몇 가지 사정으로 사회운동에서 물러나서 결혼도 하고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하던 중에..
출판사를 운영하는 한 선배의 후원으로 전업작가가 되고자 준비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의 결과물..이라기보다, 미완성 습작이 하나 남아 있는데..
김재규(네, 10.26의 그 김재규 맞습니다..^^;)를 주인공으로 한 장편소설(이지만 1권 분량만 쓰고 중단한..^^;)이었습니다.

비록 미완성이긴 하지만 그래도 책 한 권 분량은 돼서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당시(30년 전)에도 하이텔 창작게시판에 한 번 연재했었고..
얼마 전 페북에도 친구공개로 연재를 했었는데...
마지막으로 이 블로그에도 다시 리바이벌해봅니다.


미리 얘기를 하자면 10.26 전후에서 사형 당하기까지를 씨줄로, 어린 시절부터 10.26에 이르는 얘기를 날줄로 번갈아가며 구성하려고 했는데..
따라서 김재규의 과거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어느 학교를 다녔고 어디서 근무했다든가 어디서 근무할 때 어떤 일이 있었다 정도의 단편적 팩트에 상상력을 가미시켜 픽션 스토리를 만들어냈고..
상대적으로 현재 시점의 이야기는 거의 다큐멘터리식 구성에 약간의 픽션적 요소를 가미시키는 식으로 썼습니다.


당시로서는 수집할 수 있는 1차 자료들은 최대한 수집했고..
좀더 본격적으로 집필이 진행되면 김재규와 관련된 지인들 취재 등 인터뷰도 할 계획으로..그의 고향인 안동이나 여순사건 당시 근무했던 여수 순천을 방문하기도 했었습니다만..


원래는 5권 정도로 나름 대하소설(^^;)로 구상했지만, 결국 역량의 한계 등으로 1권 분량(원고지 약 800매)만 완성하고 포기한 작품입니다.
마저 완성시킬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ㅋㅋ


하여튼 문학적 소설이라기보다는 옛날 이야기 늘어놓는 기분으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반응 영 시답잖으면 연재도 중도포기할 수도..^^;;)


아래의 "김재규, 그는 누구인가"는 당시 하이텔에 연재를 시작할 때 해설 삼아 올렸던 글입니다.
본격적으로 소설을 시작하기 전에, 참고 삼아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김재규, 그는 누구인가?"
ㅡ 10.26, 우발적인가 계획적인가


김재규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워낙 알려져 있는 자료가 없다.
그는 말하자면 1979년 10.26으로 갑자기 우리 앞에 돌출적으로 튀어나온 사람이다.


그 이전까지 그는 거의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았다. 베일에 싸인 인물이었다고나 할까...아마도 그 이유는 그가 70년대 초반까지 군에만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잠시 동안의 관료 생활(유정회 의원, 중앙정보부 차장, 건설부 장관 등)을 거친 뒤 76년 12월 제 8대 중앙정보부장에 취임한 이후에도 그는 전임자인 김형욱이나 이후락 등에 비해서 거의 매스컴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아니, 그것은 전면에 나서지 않으려는 그의 스타일 탓인지도 모르고,
적어도 유신체제 이후로는 정치가 실종되고 행정만 존재하여 단지 김재규만이 아니더라도 뚜렷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 없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또한 10.26 이후, 그에 대한 언급 자체가 금기시되었다.
이미 80년도 인명록에도 그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그 전해까지는 몇 줄이나마 나왔었는데..
(79년에 죽은 박정희 이름도 나오는 인명록에. 참, 이 책에는 김계원이나 정승화, 그리고 물론 차지철의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


어찌 보자면 이 땅에는 그가 살았던 흔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그 하나는 자신을 아끼고 키워준 박정희의 은혜를 원수로 갚은 패륜아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신 독재의 철벽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회복시킨 의사(義士)라는 것이다.


알다시피 전자는 10.26 후 권력을 잡은 전두환 등 신군부가 퍼뜨린 것이고, 한편 후자는 당시 변호인단을 비롯하여 일부 재야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사건 자체만을 놓고 보자면 다시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이 있다.
즉 사전에 계획된 범행이냐, 우발적인 범행이냐 하는 것이다.


세간에는 계획된 범행이었다고 알려져 있고, 위의 의인이냐 악한이냐의 구분도 사실은 계획된 범행이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소수의 견해이기는 하지만 10.26은 우발적으로 일어났다는 주장도 있다.


신군부가 주장하는 내용인즉슨, 김재규가 민주주의의 회복 운운한 것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고, 단지 차지철과의 권력다툼에서 밀려나자 자신이 권력을 잡기 위한 추한 욕심에서 박정희를 죽였다는 것이다.

그를 더욱 악인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의 '음모성'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는데, 우발적이었다면 그런 의도에 방해가 된다.
따라서 사실이 어떠했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계획적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김재규 본인과 변호인의 입장은 반대다.

마찬가지로 우발적이었다고 본다면 그의 범행에는 명분이 없다.
박정희와 유신체제의 부정적인 측면을 최대한 부각시킬수록 상대적으로 김재규의 명분은 살아나고, 거기에 평소부터 민주주의를 고민하다가 범행을 결심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어찌 보자면 10.26이 사전에 계획된 범행이냐 우발적인 범행이냐 하는 것은 별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흔히 자유주의자로 불리는 사람들이라면 사소한 실체적 사실보다 커다란 역사적 진실이 우선한다는 주장에 반기를 들겠지만, 나 자신은 그럴 생각까지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사실 그 자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면, 나름대로의 자료 수집과 분석을 통한 나의 결론은 김재규의 범행이 우발적인 쪽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물론 그 우발적이라는 것은 10.26의 내적인 필연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긴급조치로 연명하던 유신독재가 국내적으로 박정희의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 위에서 구조적인 불황을 맞은 데다가, 대외적으로는 제국주의의 지원 없이는 단 하루도 버텨낼 수 없으면서도 정작 정권의 사활을 쥐고 있는 미국과 최악의 관계였던 당시의 상황으로 볼 때 사면초가에 빠진 박정권의 몰락은 필지의 사실이었다. 다만 시간과 계기만이 문제였을 뿐.


그래서 당시 일부에서는 곧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는데 오히려 김재규가 일을 망쳐놨다고 한탄하는 이들도 있었고,
상대적으로 미국의 친미 예방 쿠데타였다는 설(이른바 CIA 개입설)이 일정한 설득력을 가지고 퍼졌던 상황이었다.

또한 그 계기로서의 김재규 개인이 박 정권 내에서 가졌던 일정한 갈등 역시 사실이었다.
애당초 그는 박정희와 마찬가지로 일제 군국주의 교육을 받았지만, 또한 한국 군부에서 문민주의의 상징으로 불리던 이종찬 장군의 영향도 크게 받았다.
거기에 차지철과의 갈등이 더해져 스스로 참을 수 없이 내연했던 불만이 일시에 터져 나오긴 했지만, 그러나 사건 자체는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었지 않을까.

김재규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다는 증거는 말하자면 현장에 미리 육군 참모총장 정승화를 불러다 대기시켰다는 대목이다. 그 외에는 아무 설득력 있는 증거가 없다.

여기서, 정승화의 초대가 우연이었다고 한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오히려 범행 이후 김재규가 보여준 어처구니 없이 우왕좌왕하던 행동들이 모두 확연히 설명이 된다.

상대적으로,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어떻게 중앙정보부장쯤 되는 인물이 그토록 우발적으로 대통령을 죽일 수 있을까 하는 상식의 함정은
좀더 가까이 김재규라는 인물에 접근함으로써 이해되어질수 있다.

유능하지는 않지만 우직한 인물,
사무라이를 숭배하고 명예와 자존심에 생명을 걸던 인물,
한번 욱하면 가끔씩 상식을 벗어난 돌출적 행동을 보이던 인물,
스스로 충신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

바로 그 충성을 바친 상대가 오히려 간신을 비호하고 자신을 내칠 때의 극단적인 배신감에 휩싸인다면 어떤 결론에 다다를까?


이상의 데이타를 넣으면 정답을 가르쳐줄 컴퓨터는 없는지?

이 글은 그같은 김재규의 성격이 형성되던 시기를 전반부로,
내면의 갈등이 폭발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를 후반부로 해서 그가 어떻게 10.26과 만나게 되는지를 추적해볼 것이다.

앞에서 잠깐 자유주의자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썼지만, 역사의 허상에 갇혀 있는 김재규의 적나라한 모습, 선인도 악인도 아닌 나약한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내보이는 것이 오히려 역사 자체의 진실을 찾게 해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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