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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확대, 또 하나의 개혁 역주행

牛公移山 (bhsaurus@gmail.com)
2019-11-07 03: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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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수능)냐 수시(학종)냐를 둘러싼 대중적 반응은 한편으로 마치 사시냐 로스쿨이냐의 해묵은 논쟁을 연상시킨다.

사시는 누구에게나 열린 문이고 로스쿨은 금수저를 위한 코스..라는 게 흔한 세간의 인식처럼 돼 있는 듯하지만
사실 사시에 합격해 소위 용이 된 미꾸라지는 매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할 뿐인 데다가, 그에 비하면 로스쿨은 어쨌든 일정 비율(10% 내외?)로 사회적 배려대상자에 대한 장학금 등 지원 시스템이 있고, 실제로 이 혜택을 받고 법조인이 된 분들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

또 다른 측면으로 접근하자면, (이건 객관적으로 통계화될 수 있는 수치는 아니지만) 아마 지난 수십년간 사시를 통해 용(특히 판검사.. -__-)이 된 분들의 이후 행적을 전수조사하면 정작 개천에 남은 미꾸라지들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로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자기 이익을 챙기는 특권층이 된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라는 모 진보적 변호사의 발언을 사석에서 들은 적이 있다). -__-

이에 비하자면 로스쿨의 사회적 소외계층 지원제도를 통해 법조인이 된 분들의 이후 행로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불평등 해소와 소수자 보호 분야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경우를 실제로 많이 들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로스쿨에 반대하고 사시 존치를 지지한다는 대중 여론이 높다.
구체적 실상에 대해서는 모르는 채 막연한 자신들의 느낌..거기에 사시를 찬양하고 로스쿨을 매도하는 일부 사람들의 주장을 더 많이 접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대입 제도 쪽으로 돌아오면, 구체적 통계로도 정시보다는 수시가 저소득층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계층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을 높여왔음이 확인된다.
아니, 애당초 경쟁지상주의의 사회 풍토에서 그 어떤 대입 제도도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는 근원적 본질적 한계의 문제도 있다...-__-;;

어쨌든 수시의 단점과 비교해 정시의 장점(!)을 강조하는 관점을 뒤집어, 반대로 정시의 단점과 수시의 장점 비교 쪽이 오히려 설득력이 더 높은데도 사람들은 후자에는 귀를 안 기울이고(솔직히 후자 얘기는 거의 들을 기회도 별로 없다. '누군가가' 목적의식적으로 압도적으로 전자를 주장하는 이야기들을 생산 유포하기 때문일 것이다 -__-) 나이브하게, 무책임하게 정시가 더 '정의로운' 제도라고 쉽게 확신해버린다.

조국 전 장관 자녀가 스펙 만들기 하던 시절은 수시 제도가 도입된 초기의 부작용이었다.
지금도 부작용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나야 문외한이지만 교육계에 종사하는 지인들 증언을 들어보면 지금은 그런 심각한 사례는 거의 사라졌고, 수시(학종)가 정시(수능)보다 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



누군가는 지금의 학종 시스템은 고교 1학년 때부터 학교 수업에 충실하지 못했던 학생들에 대한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라고 쓴 글을 본 기억도 있는데,
전문가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당연히 고민해야겠지만, 한편으로 이는 즉 고교 1, 2학년을 학업에 충실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뒤늦게 대입을 앞두고 한 번에 만회하는 데 어쨌든 정시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에서도 당사자인 학생들이 '공교육 정상화'라는 옳고 그름의 가치보다 '무엇이 내게 유리한가'를 기준으로 좋고 나쁨을 지지하게 만드는 일종의 비교육적 학습을 시키는 게 아닌가 싶은 난감함이 들 때도 많다.

(얘기가 좀 옆길로 새지만 2천년대 이후로 대학에서 학생운동이 실종된 배경에, 신입생들이 사회적 정의보다 이렇게 개인적 이기주의적 선택을 먼저 학습한 경험을 가지고 들어오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다.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ㅠㅠ)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새삼스러운 정시 수시 논쟁을 보면서, 명확히 '비전문가'인 대통령이 국가지백년대계라는 교육, 특히 민감하기 이를 데 없는 대입제도의 문제를 이토록 '가볍게' 개입해도 되는 것인지, 더 나아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교육과 대입정책에 대해 책임 있는 전문가들이 고민해온 합리적 성과를 이토록 터무니없이 망쳐놓아도 되는 것인지, 솔직히 난감하기 짝이 없다..

(순전히 개인적 느낌이지만, 마치 모든 분야에서 관련 전문가들을 지도하시는 북의 영도자를 보는 듯한 기시감도 언뜻 들 지경이다..-__-;;)

거듭, 대입 문제가 교육의 핵심도 아니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되지만 현실은 경쟁지상주의라는 우리 사회의 본질적 특성 때문에 대입이 전 국민적 관심의 초점이자 사회 공정성의 바로미터인 것처럼 인식되어버린 채로 수십 년이 지나왔다.

대통령의 뜬금없는 정시 확대 발언(지시 -__-;;)은 결국 대중의 잘못된 인식에 편승하여 이 정권의 고질적 병폐인 지지율 관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최근 청와대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ㅋ)에 목을 매는 인기 발언 외에는 달리 어떤 해석도 내릴 여지가 없다.

아무리 지난 3년 동안 무능과 무책임, 무사안일, 무정견만을 보여준 정권이라고는 하지만, 그 어떤 국정철학도 없이 이토록 그나마 없는 밑천의 바닥까지 보여줘도 되는 것인지...
노동정책 개악 강행으로 보여준 촛불 민의에 대한 정면으로부터의 배신, 역주행에 더하여, 또 하나의 개혁 역주행의 적폐를 쌓아 나가려는 것인지...암울하고 참담하기 그지없다...-__-;;

 


• 시민단체 중견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되도록 좀더 객관적인 주관을 가지되 독선은 배제하자..는 모토로 세상을 바라보고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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