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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합리적 근거에 대하여..

牛公移山 (bhsaurus@gmail.com)
2020-05-20 20: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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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9일) 언론과 SNS를 뜨겁게 달구었던 코로나 19 백신 개발 관련 뉴스의 후속 보도를 소개한다.

[경향]미 의학전문지, 모더나 코로나백신에 의혹 제기···주가 폭락


기사를 읽으며 뭔가 데자뷰를 느낀 것이..
백신 개발에 진전이 있었다면 당연히 객관적 데이타를 통해 발표하는 것이 당연하고 합리적 과정이다.

그러나 해당 제약회사는 “매우 적은 정보만을 제공했으며 그 정보의 대부분은 ‘데이터’가 아닌 ‘말’뿐이었다"고 한다...

"시험 참가자 45명 전원에서 코로나19 항체가 형성된 것을 확인했고, 8명에서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형성됐다"..는 건 얼핏 숫자가 나오는 것 같지만, 당연히 이건 '데이타'가 아니다.

철 지난 얘기를 다시 소환하는 것 같지만,
소위 조국대전에서도 검찰은 어쨌든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며 조국 장관 측을 압박한 데 비해서
한편으로 조국 측에서 나온 얘기는 거의 대부분이 이런 '말'뿐이었다.

"사실이 아니다"..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평범한 한 가족의 인권을 유린하고 난도질하고 있다"...-__-

물론 그렇게 보일 소지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막은 전혀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

(* 예컨대 집으로 쳐들어왔다는 검찰은 정작 정경심 교수가 득달같이 불러온 변호사 3명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시시콜콜 제지하고 시비를 거는 통에 추가 영장을 두 번이나 받아오느라 압수수색 자체보다 실랑이 벌이고 법원 다녀오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그러나 조국 측은 이런 내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장장 10여 시간에 걸친 압수수색에 시달리다 정 교수가 중간에 실신까지 했다느니 하는 감정적 선동으로 일관했다.

딸의 생일날에 정작 아들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며 지지자들의 심금을 울린 신파극의 이면에는
검찰과 사전 협의로 아들의 소환일을 조국 측이 일부러 그 날로 잡았다는 기막힌 스토리가 숨어 있다.

그 따님 역시 30이 넘은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변호사를 대동하고 조서 한 줄 한 줄을 검토하느라 정작 조사 받은 시간보다 조서 검토 시간이 더 오래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은 마치 이제 갓 대학생 나이의 '어린(!) 애'를 상대로 검찰이 장시간에 걸친 가혹한 조사를 강요한 것처럼 철석같이 믿고 있다.
정작 한편에서는 황제 조사라는 비아냥까지 받고 있는 조국 일가에 대한 이런 수사 내용에 과연 한 가족의 인권을 도륙 냈다..는 평가가 가당키나 한 것일까..ㅠㅠ)


한 쪽에서는 진실보다 감성적 선동을 앞세워 대중을 세뇌 수준으로 자극하려 하고(왜???)
이미 인지부조화 수준의 확증편향에 빠진 지지자들은 심지어 자발적으로 조국을 옹호하는 논리를 만들어냈다...-__-
(온라인 시험에 대해 심지어 진보진영의 지식인이라는 모 대학 총장님께서 '친인척 동원능력과 컨닝 능력까지 평가하는 시험이다'는 망발을 서슴치 않는 수준이니...ㅠㅠ)



한마디로 사람들은 (설령 논란의 여지는 있더라도 어쨌든) 물적 증거보다는, 오로지 조국 측의 '말'만을 철석같이 믿었다.
증거에 대해 냉정히 객관적 합리적 상식으로 따져보기 이전에 검찰에 대한 거의 선험적 수준의 불신으로 무시하고 조작일 뿐이라고 확신해 마지 않았다.

확신의 근거는?
조국이 아니라고 하니까. 유시민이 아니라고 하니까. 또 누구누구가 아니라고 하니까.

검찰이 제시하는 물리적 증거와 객관적 정황은 판단의 대상으로 삼기조차 무조건적으로 거부하고
자신이 믿는(-__-) 사람이라고 해서 객관적 물증도 없이 말뿐인 얘기를 전폭적으로 신뢰한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조국 측이 아니라고 한다고 해서 아닌 게 팩트라고 굳게 믿는 분들은
박지만의 마약 의혹에 대해 일찍이 박근혜가 "지만이가 아니라잖아욧!" 외쳤을 때는 왜 믿지 않았을까?

비교조차 황당하다고 생각할 분들이 수두룩한 거 잘 안다..ㅋ

그런데...엄밀히 말해서 말만으로 누구를 믿어야 한다면
형식논리적으로 조국 측의 말과 박근혜의 말 사이에는 차이를 두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물론 차이는 화자에 대한 신뢰의 차이에서 나온다.
조국 측 인사들에 대한, 그들의 과거 언행에 대한 경험적 신뢰를 바탕으로 지금의 말도 신뢰하는 것이다.
함정은 여기에 있다.

과거에 그들의 언행이 (어쨌든 -__-) 신뢰를 받았던 이유는
그들의 말이 합리적 기준에 일치하거나 최소한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합리성을 따지기 이전에 조건반사적으로 믿어버리는 게 일종의 관성이 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이건 귀납적 진실이 아니라 연역적 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조국 측 인사들..조국 본인을 포함해 예컨대 유시민 씨라든가 김어준 씨 등의 언행이
과연 연역적 진실로 인정 받을 만큼의 수준일까?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개인적으로 조국 수호에 한치의 의심도 없는 지인 한 사람이 언젠가 내게 따졌다.
표창장 위조가 무죄가 나오면 조국 일가에게 사죄할 용의가 있느냐고.

그래서 나는 답해주었다.
마침 당시 망국당 김성태 의원이 자녀 취업 부정청탁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시점이었다.
그런 요구를 하려면 먼저 김성태에게 사죄부터 하는 게 순서가 아니냐고.

물론 그 지인은 펄쩍 뛰었다.
그게 어떻게 같냐고...^^;

다른가?
무죄가 나오면 사죄..라는 레토릭에는 누구의 무죄냐라는 전제에 따라 달라져야 할 그 어떤 근거도 없다.
무죄라는 형식적 결과가 사죄의 절대적 이유가 되어야 한다면, 그건 조국에게나 김성태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당연하다.

실제로 무죄가 나올 다양한 경우의 수를 전제로 한다면,
더더군다나 무죄 나오면 사죄하라는 단순한 발상은 참으로 맹목적 조국 수호파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나이브한 사고인 것이..
그럼 역으로 무죄가 나오지 않으면 그들은 실제로 조국이 죄를 지은 것이 맞다고, 겉 다르고 속 다른 인간이었다고 흔쾌히 받아들일까?
그 결과는 상상하기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ㅠㅠ



나는 당연히 검찰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지만
(물론 어느 쪽이냐면 나 역시 경험적으로 불신 쪽이 더 크긴 하지만 -__- )
이런 식으로 믿고 안 믿고를 결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누군가들에게는 이런 거의 종교적 신앙 수준의 믿음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의심의 여지 없이 받아들여지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런 반지성적 진영논리는 사안과 상황을 바꿔가며 끝없이 되풀이되고 증폭되고 있다.

fides quaerens intellectum...!!
믿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ㅠㅠ



PS.
그러나 한편으로 나를 더욱 난감하고 힘빠지게 하는 것은 이들 '거룩한 단순함'의 소유자들이 아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도착된 사고에 빠져
진영 논리로 우리가 이겨야 하기 때문에 소소한 진실에 발목 잡히는 건 바보짓이라고 자신을 합리화시켜가며
나 같은 사람들을 '자기 잘난 맛에 똥오줌 못 가리는 소아병적 환자'로 매도하는 (일부 지인들도 포함한) 어떤 이들의 독선적 오만함이다...-__-;;



• 시민단체 중견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되도록 좀더 객관적인 주관을 가지되 독선은 배제하자..는 모토로 세상을 바라보고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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