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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접종 예약서버 다운 유감(有感)..

牛公移山 (bhsaurus@gmail.com)
2021-07-19 22:58:04

(다시 또 有感에 대한 이야기...ㅋ)


나야 이미 1차 맞고 2차 날짜만 기다리고 있지만, 55~59세 백신 접종 예약 사이트가 또 다운됐다는 소식..

지난 번 한 번 홍역을 치렀으면, 접속 서버 증설은 일도 아니지 않나?

소위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이런저런 중계 행사 등에서 접속자 수십 수백만 몰려서 서버 다운됐던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고 그조차 셀 수도 없었을 텐데
민간에서라면 어느 정도 규모와 역량을 갖춘 기업, 단체라면 요즘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애당초 이 정부에 대해서는 기대를 접은 지 오래 됐으니 새삼 한심하다거나 타박하고픈 생각조차 귀찮다.



덕분에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생각난 그 옛날의 기억 하나..

20년 전쯤에 IMF사태 이후로 국내에 처음 IT 열풍(aka 광풍 ㅋ)이 불던 시절에 나도 조그만 IT 벤처에서 홍보 마케팅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었다.

우리 회사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네트워크 스트리밍 솔루션을 개발해서 상품화에 고심하고 있었는데..

네트워크라는 건 각 사용자마다 다양한 천차만별의 조건에서 접속하고 있기에, 접속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유저의 클레임이 있으면 해당 사용자의 접속환경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일이 즉 제품 개선의 기본이었다(말하자면 일종의 베타 테스트).

우리는 그 솔루션을 들고 일본으로도 건너가 한 중견 인터넷방송 업체와 MOU를 체결했는데, 좀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우리는 한국에서처럼 일본에서도 해당 방송의 시청자(접속자)들 중에 접속에 문제가 있으면 해당 시청자의 접속환경(PC 사양이나 사용 인터넷 회선 정보 등)을 확인해서 해결해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당연히 그에 대한 통로는 사용자들을 관리하는 그 일본 업체가 맡아서 도와줘야만 했다.

그런데 정작 일본 업체는 펄쩍 뛰면서 자기들은 그렇게 못 한다는 것이었다.

이건 뭔 ㄱ소린가 하며 어리둥절해 있는 우리에게 그들이 말하기를, 고객은 우리의 베타테스터가 아니다. 그들은 완성된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들이 자기들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할 의무도 없고, 우리가 그걸 요구할 권리도 없다..뭐 이런 얘기였다.

난 사실 당시 이 얘길 듣고 황당해 하는 한편으로, 뭔가 참신한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서라면 전혀 상상도 못 해본 이야기, 서비스업체든 반대로 고객이든 서비스를 좀더 잘 이용하기 위해 자기 PC 사양은 뭐고 인터넷은 어느 회사 어떤 종류이고 등등을 알려주는 데 대해 거부감을 갖는 사람을 만나본..들어본 적도 없었고, 해가 동쪽에서 뜨듯이 이건 너무나 당연한 전제이자 상식으로 생각해왔었다.

물론 IT 발전의 기술적 문화적 측면에서 어느 쪽이 더 유리한가, 또는 바람직한가에 대한 판단은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이에 대한 고민은 논외로 하고, 마인드로는 우선 내가 그들의 말을 반박할 논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물론 궁색한 논리로 우리 쪽 입장의 타당성을 주장은 했지만, 결과적으로 해당 서비스 제휴는 무산되고 말았다..ㅋ)



얘기가 좀 장황해졌는데...

당시 그러고 한국에 돌아와서 접한 일들 때문에 이 얘기는 내게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어떤 공연의 인터넷 중계라든가, 하여튼 수많은 사용자가 한꺼번에 서버에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돼 버리는 일들이 종종 일어났었는데
당시는 박찬호 선수가 출전하는 미국 LA다저스 경기의 인터넷 중계가 엄청 인기였다(TV로도 방송했지만 시차 때문에 집에서 TV를 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문제는, 이 중계가 1회성 행사도 아닌데, 매번 중계할 때마다 중간중간 접속이 원활치 못한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는 것이었다..-__-

 

즉 일본 식으로 말하자면 해당 업체가 사용자 예측을 잘못하고 안정적 서비스 준비를 못 한 잘못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사과는 물론이고 일정한 손해배상까지 해야 할 만큼(설령 무료 서비스라 할지라도, 해당 업체가 광고 등 이들 사용자를 이용해 수익을 얻고 있는 만큼) 사용자에게 큰 불편과 피해를 끼친 일인데...

한국에서는 이런 접속 사고가 오히려 반대로 그 서비스가 얼마나 대중에게 인기가 있는지를 자랑스레 홍보하는 그야말로 홍보의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그런 의미에서는 많은 인원의 접속이 예상되면 어떻게든 서버를 임시로 증설해서라도 대비를 하는 게 아니라, 서버 다운되면 다운됐다고 '자랑'하면 되는 일인데,
즉 이런 건 사고도 아니고, 따라서 누가 책임질 일도 아니고 사후 개선할 일도 아니고...언제까지도 수없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일인 것이다...-__-

백신 접종 예약 서버가 지난 번 그 홍역을 겪고도 또 다시 다운됐다는 소식을 듣고 떠오른 생각을 두서 없이 늘어놔봤다...ㅋ
(이런 얘기 하면 혹시 또 토착왜구라서 일본 찬양했다고 욕 먹...지는 않겠지요? ^^;;)


PS.

또 다른 여담..

모 SNS에서 한 지인이 55~59세 백신 접종 예약이 재개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예약 시작 시간에 몰려서 예약 페이지 과부하 걸리게 하지 말고 느긋이들 접속"하시라고 멘트를 덧붙였다.

솔직히 나는 이 얘기가 진담인지 농담인지 좀 분간이 안 됐다.
왜냐하면 그 지인은 평소 현정부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드러내오던 분인데, 이 얘기는 역으로 정부를 디스하는(속된 말로 '맥이는' ㅋ) 얘기로 들렸기 때문이다.

물론 당사자는 이 얘기가 그런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하셨겠지만
다들 백신 접종 때문에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남들보다 빨리..최소한 뒤처졌다가 또 어떤 상황이 될지 몰라 어쨌든 조금이라도 더 일찍 예약하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서버 다운될 걱정을 정부가 아니라 국민들이 하라고? ㅋㅋ


그런데...실제로 그 일이 벌어졌습니다..!!


서버 다운을 말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백신 접종 예약 재개 기사를 검색해보니,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가급적 개통 직후 시간대를 피해서 예약해달라'고 발표했다고 한다.


진심 할 말이 없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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