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검색

[강추]검찰(& 사법)개혁에 대한 합리적 양비론..

牛公移山 (bhsaurus@gmail.com)
2021-01-02 18:57:58
2    

페북에서 만난 인연으로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들 중 한 분인 류영재 판사님의 페북 글...강추!!
(개인 의견은 말미에 추가..^^;)


1.
사법농단은,
통치기관인 청와대와 입법기관인 국회를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견제해야 할 사법부(법원임. 검찰 아님)가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 스스로 견제의 역할을 버리고 청와대/국회와 손잡아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재판이 진행되게 하려고 개별재판에 직/간접적 개입을 시도하고 개개의 판사들을 통제하려고 했던 시도 전반이다.

나는 사법의 이런 시도로 인해,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구성된 행정과 입법에도 두루 두루 미쳐야 할 헌법과 법률의 통제가 상실되고 결과적으로 행정/입법/사법이 서로 통치를 분업하는 삼권분업체계가 완성되었다, 즉, 거대한 통치권력이 탄생했다고 보았다. 그 관점에서 사법농단을 입헌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선언한 헌법에 위배된 상태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판사들이 개별재판에 있어 정권에 불리한 결과를 도출했다고 하여 이를 사법독재/사법에 대한 민주적통제 상실이라고 부르다니, 너무 혼란스럽다. 그럼 판사들이 도대체 어떤 재판을 했어야 하나? 다수에 의해 선출된 정부여당의 의지를 존중하는 재판을 했어야 하나? 그것이 사법독재를 막고 사법에 대한 민주적통제를 구현하는 길인가?
그건 곧 다시 말해 사법농단이 옳았단 얘기 아닌가? 사법 스스로 정권의 뜻을 살펴 재판결과를 내려고 했던 그 시도, 그게 옳았단 얘기 아니냔 말이다.
정말이지 동의할 수 없고, 납득할 수 없는 얘기다. 판사로서가 아니라 시민으로서도, 이건 정말 아니다.

&
사법농단은 2017년부터 2018년 초까지 1년이 넘도록 "판사들이 스스로" 진상규명을 외치고 수사 개시를 외쳐 세상에 밝혀졌다. 그후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018년 12월 사법농단 관여 법관의 탄핵 필요성을 의결했고, 그 후에도 꾸준히 사법개혁-투명하고 열린 사법행정제도/법관인사제도 개선 등-을 촉구하는 의결을 해왔다.
탄핵을 안 하고 사법개혁입법도 안 한 것은 국회였다.

지금 와서 판사들을 놓고 사법농단 진상규명 및 사법개혁을 반대한 적폐라고 비난하지 말길. 입법권이 없는 판사들은 장장 2년에 걸쳐 조직의 치부를 밝히기 위해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
누가 재판 비판 하지 말라 그랬나. 재판에 대해 비판하는 것과 재판 결과 맘에 안 든다고 판사 자르라고 하는 건 완전 다른 얘기다.

https://www.facebook.com/monan.doll/posts/2220258971452281


2.
..그렇다고 내가,
검찰을 무슨 완벽한 조직으로,
윤 총장을 정의의 화신으로,
현 형사사법제도를 형사법의 대원칙이 살아있는 제도로,
착각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 형사사법제도가 지나치게 검찰 의존적으로 설계되어 있고 실무는 그 설계 이상으로 검찰 의존적으로 운영되어 왔으며,
수사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제1 정체성으로 인식하는 검찰이 수사 적법성 및 기소 필요성 통제를 그 역할에 맞게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기적과 선의에 기대는 것에 불과하고,
검찰이 조직 내부의 치부를 대하는 태도와 외부의 허물을 대하는 태도 사이엔 엄청난 격차가 존재하고 그 격차는 조직보위론에서 나오며 현재 검찰도 그러한 격차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장식적 개념으로 전락시킨 채 실질적으론 국가전체주의를 추구한 정권 아래에서 그 누구보다 형사처벌을 무기로 정권보위에 앞장서놓고서는 그에 대한 반성도 성찰도 없이 검찰개혁은 검찰의 독립이라고만 주장하며 오히려 내부개혁과 자성을 촉구하는 검사에게 온갖 마타도어를 시전하며 따돌리는 행태가 그닥 옳아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검찰개혁이 무쓸모하다거나 별 것 아니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가장 강한 공권력 중 하나가 수사다. 그런 수사를 통제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수사주체가 될 때, 그러한 검찰의 수사 및 기소 권한의 행사는 의외로 시민사회 일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형사사법절차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 못한다.

특히, 검찰 권한의 분산과 통제를 내용으로 한 검찰개혁이 논의된 시간만 10년이 넘는데, 검사들이 스스로 검찰개혁의 의미를 "(수사권/기소권 모두 쥔 상태에서의) 정치적 독립"으로 틀어버리는 모습을 보고 기함을 했다. 니네들, 법무부/민정수석이 모두 검찰 판이었을 땐 정치적 독립 꿈도 안 꿨잖아;;

한편으론,
현 정부여당의 "검찰개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겐 물음표 투성이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도대체 왜 조국-정경심 재판이 검찰개혁을 위한 희생인지, 윤 총장 타도가 검찰개혁 그 자체가 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십수년간 문제로 지적되어온 직접수사는 그대로 놔두면서 일반 형사사건에 대해선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관리권한을 엄청 좁혀놓은 까닭도 모르겠고, 그래놓고선 검찰 특수수사가 정권을 향하자 갑자기 윤 총장을 타도해야 검찰개혁이 완성된다고 주장하는 것도...검찰 특수는 남겨놓되 그 특수가 정권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인가? 도대체 왜...?
선택적 수사를 탓하는데, 일리없는 말은 아니지만, 아니, 칼을 남기고 그 칼이 선택적으로 춤춘다고 탓하는 게 이상하지 않냐고요.

또 다른 한편으론,
암만 법무장관 후보자 도덕성 검증을 한다지만, 조국 전 법무장관이 교수이던 시절 벌어진 10년 전 대입 문제라든가 사학재단 비리 문제가 왜 국정농단 뺨치는 공인의 공적 비리 범죄가 되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고, 그 연장선상에서 당시의 언론보도는 심각하게 과했다고 생각한다.
이걸 괜찮다고, 과도하지 않았다고 자평하는 언론을 보면서, 참...(...)

검찰 수사도 마찬가지. 이걸로 특수가 몇개월에 걸쳐 국정농단/사법농단 수사 뺨치게 수사했어야 할 사안인지 솔직히 의문이다. 뭐, 사법농단 수사 당시 겁나 짜게 영장 내줬던 법원이 이 사안에선 정말 통크게 영장발부했으므로 그 형평성을 문제삼으면 법원도 별 할 말은 없긴 하다.

아마도 이 과도함이 지금의 검찰/법원/언론 불신을 만들어냈다곤 보는데,
그렇다곤 해도, 일련의 재판에 대해 법관탄핵을 사법에 대한 민주적통제방안이라고 거론하는 것에 대해선 단호히 반대할 수밖에 없고, 현정권의 사심섞인 검찰개혁과 조 전 법무장관 및 그 가족의 범죄 또는 비도덕에 대해 무조건적인 쉴드를 치는 태도에 대해서도 환멸을 느낄 수밖에 없다.

뭐..종합적으로,
현 정권의 검찰개혁/ 조 전 법무장관 및 가족에 대한 수사/ 정권 수사/ 윤총장 징계 시도 등등 1년 넘게 나라를 뒤흔든 일련의 과정에 있어 사실 나는 지독한 양비+양시론을 취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그렇다.
딱 편을 갈라 어느 쪽은 옳고 어느 쪽은 그르다고 속시원히 말할 수가 없다.
그냥 새해 벽두부터 '최고로 비겁하다는' 양비양시론자의 끝판왕이 되기로 결심했다.
(결심했으므로 저 안 보는 데서 욕하시든 차단하시든 다 괜찮습니다. ^^)

&
물론 정말 다시없을 사법개혁&검찰개혁 적기를 맞아 이렇게까지 둘 다 실패하고 명분까지 죄다 잃어버리기도 쉽지 않은데 그 어려운 일을 기어코 해낸 정부여당에 좀 심하게 화나긴 한다.

https://www.facebook.com/monan.doll/posts/2221006011377577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위 글에 개인적으로 단 댓글...^^;)

개인적으로 과거 윤석열 총장 임명할 때부터, 당시 정권 지지자들이 대중과 지식계층 가리지 않고 쌍수를 들어 환영할 때 '윤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검찰에 충성하는 조직우선론자'임을 지적하며 우려했던 입장에서
조국대란부터 최근 추윤대란까지 결국 더 나쁜 놈과 덜 나쁜 놈의 다툼인데, 누가 더 나쁘고 덜 나쁜 구분이 싸움 과정에서 뒤죽박죽 돼버렸다(-__-)고 줄곧 강조해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적인 사족을 달자면..^^;

조국에 대한 수사가 과잉(이 부분도 전 평소 고위공직자 검증과정에서 100을 털었는데, 조국은ㅡ사모펀드 의혹은 별도로 하고ㅡ인디언 기우제 식으로 100을 넘어 뭔가 나올 때까지 털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되, 이 과정과 별개로 어쨌든 나온 혐의가 이전 판례들로 당연히 유죄 추정이 되는데 수사 기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해온 바 있습니다 -__-)인 부분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로 정권 실세들이 주도하는 지지자들의 대응이 극단적인 정파적 진영논리로 치달으면서 결국 검찰 역시 일종의 치킨 게임처럼 과도하게 흐르지 않을 수 없었던 측면(그야말로 최고권력의 전방위적 압력, 대중선동..-__-;;)도 약간은 이해해줘야 하지 않는가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ㅠ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최고로 비겁한 양비론이 아니라
적극적인 양비론으로서 이 정권이 왜곡 사유화한 검찰개혁을 포함한 진정한 개혁의 방향성을 합리적 객관적으로 공론화하는 운동을 펼치고자 고민 중이기도 합니다...^^;

 


• 시민단체 중견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되도록 좀더 객관적인 주관을 가지되 독선은 배제하자..는 모토로 세상을 바라보고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 상품구매시 [후원할 창작자]에 '牛公移山'을 지정하시면 판매 수수료의 일부가 후원됩니다.





댓글[0]

열기 닫기

게시글 검색
1 2 3 4 5 6
 

콩가루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