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저자 : 어니스트 헤밍웨이 번역자: 김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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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고등학교 저학년 이상

∎판형 신국판(152×224) ∎쪽수 112쪽 ∎가격 8,000원

∎초판발행일 2017년 6월 1일 

∎ISBN 979-11-85393-40-7 04840/         979-11-85393-19-3 (세트번호)



1.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개요

 

 

헤밍웨이는 미국 소설가며 저널리스트다. 1954년에 ‘노인과 바다’로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 강하고 힘찬 글과 모험을 추구한 생활로 유명하다. 시카고 교외에서 맏아들로 태어나는데, 아버지는 의사 어머니는 성악가 출신으로 여섯 형제 중 장남이다. 아버지는 활동적인 성격으로 사냥과 낚시와 권투를 좋아하고 어머니는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헤밍웨이는 부모의 완전히 다른 취미를 결합해서 평생을 살지만, 부모의 고상한 척하는 태도와 인습주의는 경멸했다. 


공립학교에서 교육받고 고등학교 때는 풋볼 선수로 활약하는 등 활달하게 보내다가 글을 쓰기 시작한다. 1917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대학에 가는 대신 캔자스시티로 가서 당시 주요한 신문이던 〈스타 Star〉지 기자로 들어가서 귀중한 직업훈련을 쌓는다. 눈에 결함이 있어 군대 입대를 거절당하다가 제1차 세계대전 때 미국 적십자사 구급차 운전병으로 참전한다. 1918년 7월 8일에는 19세도 채 안 된 나이에 오스트리아-이탈리아 전선 포살타디피아브에서 다친다. 이때 은공 훈장을 받고 밀라노에 입원해, 적십자사 간호사 아그네스 폰 쿠로프스키와 사랑에 빠지는데 일곱 살 많은 여자 측에서 결혼을 거부한다. 여기에서 경험한 내용이 1926년에 출판한 ‘무기여 잘 있거라’에 실린다. 이탈리아에서 젊은 시절을 군인으로 보내는 동안 연애한 경험과 전쟁을 융합해서 설득력이 탁월하고 서정적이면서도 섬뜩한 소설로 담아낸 거다. 
 

전쟁 후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토론토 스타’지 프리랜서 기자로 지내고 1921년에는 첫 번째 아내 해들리 리처드슨과 결혼한다. 부부는 특파원으로 파리에 가서 프랑스와 스페인에 맹목적으로 체류하던 다양한 망명자를 만나고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The Sun Also Rises〉를 발표해서 전후의 '잃어버린 세대'를 비관적이지만 활기찬 분위기로 묘사하며 소설가로 확실하게 성공한다. 
 

첫 번째 부인에게서 첫째아들 존을 얻으나 1927년에는 이혼하고 폴린 파이퍼와 재혼해서 패트릭과 그레고리를 낳는다. 그리고 스페인 내전에 해외 특파원으로 참여해서 스페인 내전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주곡이라는 사실을 심각하게 예견하고 파시스트 프랑코 정권에 저항한다. 프랑코 장군의 반란에 맞서 공화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금을 모으고 강연하고 포위당한 마드리드를 배경으로 희곡 〈제5열 The Fifth Column(1938)〉을 쓴다. 그리고 이혼한 다음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발표한다. 작품은 미국인 게릴라가 스페인 내전에 참가하여 애초에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자신이 죽을 거란 사실을 깨닫고도 전략상 중요한 세고비아 근처에서 다리 폭파 작전에 지원하는 내용을 현실적이고 인상적으로 다룬다.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전쟁이 무의미하단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는 전쟁에서 느끼는 동지애에 초점을 맞춘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스페인 내전 이후에는 쿠바 아바나 교외에 그리 넓지 않은 농장 핀카 비지아('전망 좋은 농장')를 사들이고, 아내와 함께 또 다른 전쟁을 찾아서 일본의 중국 침략을 취재하러 떠난다. 그리고 쿠바로 돌아와 독일에서 쿠바에 파견하는 잠수함과 첩자를 조사할 목적으로 비공식 활동을 하다가 '크룩 팩토리'를 설립해서 공식 정보활동기구로 승인받는다. 쿠바 해역에서 낚시하려고 사들인 배 '파일러'에 U보트를 유인하고 파괴하는 장비도 갖추었다. 하지만 눈에 띄는 결과가 없자, 실제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 1940년에 마서 겔혼과 세 번째로 결혼하고 특파원 자격으로 런던에 간다. 그래서 영국공군과 함께 비행 임무를 여러 차례 수행하고 진격 개시일(D Day, 1944. 6. 6)에는 미군과 함께 영국 해협을 건넌다. 그리고 보병 4사단 22연대 소속으로 노르망디와 벌지에서 다양한 전투를 체험한다. 또한, 파리 해방에도 참가하는데, 겉으로는 특파원이지만 전투에 용감한 사람으로, 그리고 군사문제와 게릴라 활동, 특히 정보수집에 탁월한 전문가로 직업군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유럽에서 전쟁이 끝나자 쿠바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세 번째 결혼 역시 파탄지경에 이르자 런던에서 만난 통신원 메리 웰시와 네 번째로 결혼해서 여생을 함께 보낸다. 그래서 쿠바 핑카에 자리 잡고 작품 활동에 진지하게 빠져든다. 부부는 널리 여행하며 아프리카도 가는데, 거기에서 사냥여행을 하다가 두 차례 비행기 추락으로 다친다. 그리곤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1952)〉라는 장엄한 중편소설을 발표해 1953년에는 소설부문 퓰리처상을 받고 1954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
 

1960년경 쿠바에서 공산 혁명이 일어나자 헤밍웨이는 쿠바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쿠바 국기에 입 맞추면서 “나는 양키가 아니다”고 기자들에게 공언한다. 미국 정부에겐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끊임없는 압박에 결국 헤밍웨이는 핑카에서 나와 미국으로 돌아가고, 정보부는 공산주의자라며 죽을 때까지 사찰한다. (1992년 쿠바에서 헤밍웨이 자취를 보존하기 위해 ‘헤밍웨이 프로젝트’를 발족하는 기념식에서 카스트로는 “헤밍웨이가 쿠바에서 문학적 영감을 얻었다면 나는 헤밍웨이에게서 혁명적 영감을 얻었다”고 연설한다.) 이후, 헤밍웨이는 아이다호 케첨에 집을 구해 여생을 보내면서 예전처럼 작품을 쓰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미네소타 로체스터 메이요 클리닉에 두 차례나 입원하며 전기충격 치료를 받는다. 그리고 케첨 자택으로 돌아와서 이틀 후에 엽총으로 자살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상당히 많은 원고를 남겨서 뒤에 일부를 출간한다. 파리 수습 시절에 관한 회고록 〈해마다 날짜가 바뀌는 축제 A Movable Feast〉는 1964년에 출간하고, 카리브 해 비미니 섬과 내전에 빠져든 아바나, 쿠바 해안에서 U보트 수색작업 등과 밀접하게 연관된 중편소설 세 편은 〈바하마의 별 Islands in the Stream〉로 1970년에 출간한다.
 

헤밍웨이 성격에는 이질적인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재치 있고 쾌활하고 성미가 급하지만 호탕하고 이지적이고 개방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쾌락을 추구하면서도 헌신적이고, 삶을 사랑하면서도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고, 타고난 스포츠맨이면서도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술을 많이 마시고도 아침 일찍 일어나고, 관습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생활이 복잡하고, 유능하면서도 항상 손해를 입는다. 그래서 맹수 사냥과 투우, 전투를 묘사하는 장면에서 야성적인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지만, 이면에는 미적 감수성이 섬세하게 깔린다.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강력한 표현기법은 20세기 소설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대다수 작품이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한다. 20세기 미국 작가들 가운데 헤밍웨이를 뛰어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할 정도다. 

작품목록 <소설>
 

1925년 《봄의 분류》 The Torrents of Spring
1926년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The Sun Also Rises
1929년 《무기여 잘 있거라》 A Farewell to Arms
1936년 《킬리만자로의 눈》 The Snows Of Kilimanjaro
1937년 《부자와 빈자》 To Have and Have Not
1940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For Whom the Bell Tolls
1950년 《강 건너 숲 속으로》 Across the River and Into the Trees
1952년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

<비소설>
1932년 Death in the Afternoon
1935년 Green Hills of Africa
1960년 The Dangerous Summer
1964년 유작, 《이동 축제일》 A Movable Feast

<단편소설 모음집>
1923년 Three Stories and Ten Poems
1925년 In Our Time
1927년 Men Without Women
1932년 The Snows of Kilimanjaro
1933년 Winner Take Nothing
1938년 The Fifth Column and the First Forty-Nine Stories
1947년 The Essential Hemingway
1953년 The Hemingway Reader

생전에 받은 상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은공 훈장 수여
1953년 ‘노인과 바다’로 퓰리처상 수상
1954년 ‘노인과 바다’로 노벨 문학상 수상

쿠바 아바나 인근에 헤밍웨이 박물관(Museo Momerial 'Ernest Hemingway')이 있다. 헤밍웨이가 쿠바를 방문한 1928년 이후에 줄곧 머물며 '노인과 바다' 등의 작품을 쓴 곳으로 당시 상태를 보존한 내부와 '노인과 바다'를 집필한 방, 타자기, 동물박제, 장서 9,000권이 그대로 있다.

 

2. 노인과 바다 작품해설

노벨 문학상 수상작
퓰리처상 수상작
<타임> 선정 100대 명작
<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작
<BBC> 선정 꼭 읽어야 할 책 100대 명작
랜덤하우스 선정 ‘가장 위대한 20세기 영미 소설 100권’ 
노벨연구소 선정 100대 세계문학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청소년 권장도서 50선

저자는 1940년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발표한 이후 십여 년 동안 이렇다 할 작품이 없었다. 1950년에 발표한 ‘강 건너 숲 속으로’는 혹독한 비평만 받았다. 작가로서 운이 다했다는 평판이 나돌았다. 하지만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산티아고 노인이 84일 동안 고기 한 마리 못 잡는 ‘살라오’로 낙인찍혀도 자신에게 주어진 천직을 묵묵히 수행하는 모습은 작가의 처지와 각오를 대변한다. 그래서 바다와 하늘밖에 없는 원형극장에서 완벽한 소품을 구성해 자신이 추구하던 다양한 주제를 펼쳐나간다. 
 

바다는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이고 조그만 배는 인간에게 허용된 공간이다. 바다에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도 있지만, 인간을 파멸시키는 고통과 공포도 존재한다. 그래서 커다란 물고기를 잡아 새로운 꿈에 부풀지만, 그 과정은 고통의 연속이며 급기야 죽음을 상징하는 상어와 사투까지 벌인다. 결국, 상어에게 지지만 소년이 볼 때 그것은 패배가 아니다. 노인 역시 “인간은 죽을지언정 굴복할 순 없다”고 소리친다. 여기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삶의 터전에서 최선을 다해 싸우다 쓰러지는 건 건강한 인간만 누리는 숙명이자 행복이라는 거다. 
 

헤밍웨이는 이상적인 인간상을 예수에게 발견하고 그 모습을 노인에게 그대로 투영한다. ‘못이 손바닥을 뚫고 나무에 박히는’ 고통을 느끼며 마을로 돌아가 커다란 돛을 십자가처럼 어깨에 메고 다섯 번이나 쓰러지며 집으로 간다. 물고기와 이틀 동안 씨름할 때도 등과 두 손이 갈라지고 쓸려서 피가 나는 고통과 함께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린다.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기 직전에 겪는 고통을 노인은 생활터전에서 겪고 집으로 돌아갈 때도 겪는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힌 다음에 비로소 부활하고 노인은 오랜 고통 끝에 (자신이 ‘은총’이라고 고백한) 잠자리에 누워서 사자를 꿈꾼다. 사자는 젊음과 힘과 희망을 상징한다. 견디기 힘든 고통과 고난 너머에 승리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거다. 
 

산티아고란 이름 역시 성 야고보를 뜻하는 스페인어다. 스페인이 이슬람과 싸울 때 성 야고보가 기적을 일으켜서 이겼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성 야고보는 스페인 수호성인이 된다. 그래서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에서는 산티아고란 이름이 가장 많다. 이름 자체로 예수와 인간의 관계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노인은 물질이란 관점에서 실패한 인생이다. 운도 다하고 세상 사람은 노인을 ‘살라오’라며 무시한다. 소년 부모는 노인에게서 자식을 떼어놓는다. 그래도 소년은 노인 곁을 지킨다. 노인에게 배울 게 많다고 확신한다. 어부에게 고기를 낚는 기술보다, 고기를 낚는 실적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이해한 거다. 소년을 통해서 어부 출신 베드로가 예수를 따라나선 마음을 보여주는 거다.
 

커다란 물고기가 상징하는 재물은 인간이 살아가는 목표가 될 수 없다. 그건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인간에게 중요한 건 최선을 다하며 도전하는 삶이다. 이런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소중하다. 그래서 노인은 고기잡이에 실패한 다음에도 깊이 잠잘 수 있다. 노인은 자연의 일부다. 아니, 자연 그 자체다. 자연을 상징하는 고기와 싸우면서 형제애를 느낀다. 그래서 삶과 죽음이 있을 뿐 패배는 없다. 노인에게 오랜 시련과 좌절은 삶 자체다. 패배가 아니다.
 

노인은 오늘의 고통을 깨끗이 잊고 깊은 잠에 빠져들지만, 내일 아침엔 배와 어구를 수리하고 준비해서 거대한 바다에 돛단배를 다시 띄울 것이다. 고기를 못 낚아도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자신이 오늘을 살아간다는 증거기 때문이다. 그때 비로소 평범하고 누추하고 가난한 일상은 숭고한 의무며 거룩한 의식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3. 편집자의 말

번역은 원문에 담긴 내용과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우리글로 옮기는 과정이어야 한다. 찰스 디킨스 작품은 다양한 인물을 풍자와 유머와 화려한 문장으로 재미있게 묘사하는 특징이 탁월하다. 따라서 문장은 어렵고 복잡한데, 지금까지 번역한 작품은 한글 어법을 무시한 영어 사대주의에다 오역까지 넘쳐서 극히 어렵고 난해했다. 

고전문학은 다양한 경쟁과 도전 속에서 독자에게 다양한 즐거움과 감동을 주며 백 년 이상 살아남은 작품이니, ‘재미와 감동’은 물론 ‘술술 읽히는 느낌’ 역시 어느 작품보다 탁월할 수밖에 없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는 기능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훌륭한 작품을 엉터리로 번역해서 독자를 괴롭히며 쫓아낸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인문학은 독서가 시작이다. 고전문학을 제대로 해석해서 한글 어법에 정확히 담아 독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내면세계를 풍요롭게 가꿀 원형을 제시해야 한다. 광복 35년이 지난 다음에 비로소 우리는 ‘일본어 중역 몰아내기 운동’을 했다. 35년이 또 지났다. 이제는 ‘우리말 살리는 번역운동’을 할 때가 왔다.

‘도서출판 비꽃’은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한국어 어법에 합당한 번역을 추구하며, ‘찰스 디킨스 선집’을 필두로 고전문학을 새롭게 담아내, 독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면서 공동체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4. 역자 약력

서울에서 태어나 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저작권 중계회사 ‘임프리마 코리아’ 영미권 담당부장, 도서출판 ‘사람과책’ 편집부장 등을 역임했다. 약 300여 종에 달하는 영서를 번역했다. 학계에서 발표한 다양한 ‘번역방법론’ 및 ‘한글 특징’ 백여 편을 정리하고 25년에 걸친 번역 경력을 접목해,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번역방법론을 강의하며 검증해서 ‘한글을 알면 영어가 산다’로 발표했다. ‘비꽃’에서 천민자본주의를 화려하게 풍자한 ‘찰스 디킨스 선집’을 필두로, 파시즘을 파헤치는 ‘조지 오웰 삼부작’을 우리말 어법에 맞게 새롭게 번역했다. 고전 작품 전체를 새롭게 번역해서 한국사회의 문화토양을 굳건히 다지는 걸 목표로 오늘도 힘차게 살아간다.

 

5. 책 속으로

노인은 날마다 빈 배로 돌아오고 소년은 마음이 아파서 옆으로 다가가 감아놓은 낚싯줄이나 갈고리, 작살, 돛대에 둘둘 말아놓은 돛 등을 함께 옮기며 도왔다. 둘둘 말린 돛은 밀가루 포대를 이리저리 덧대서 기운 모습이 영원한 패배를 상징하는 깃발 같았다. 


노인은 깡마르고 수척하며 목덜미에 주름이 깊게 팼다. 양쪽 뺨에는 갈색 반점이 번지는데, 열대바다가 반사하는 햇볕에 그을려서 가벼운 피부암에 걸린 거다. 반점은 얼굴 양쪽에서 뺨 아래로 번지고, 두 손은 커다란 고기를 잡다가 깊이 베인 흔적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최근에 생긴 상처는 하나도 없다. 물고기 한 마리 없는 사막처럼 오래전에 짝짝 갈라진 게 전부다.
노인 몸뚱이는 하나같이 늙었지만, 두 눈은 아니다. 불굴의 정신과 활력이 바다처럼 새파랗게 번뜩였다.


태양은 떠오르고 어느덧 두 시간이 지나, 동쪽을 바라보아도 눈이 그렇게 안 아팠다. 시야에 들어오는 고깃배는 이제 세 척이 전부인데, 고기를 잔뜩 잡아서 나지막하게 내려앉은 상태로 멀리 떨어진 해안을 향해 들어가는 중이다. 
 

이른 아침 햇살에 두 눈을 평생 혹사당했어. 그래도 아직 멀쩡해. 지는 해를 똑바로 바라보아도 앞이 캄캄하지 않거든. 초저녁 햇살이 훨씬 강렬한데 말이야. 하지만 아침에 햇살을 보는 건 눈이 아파.
 

바로 그때 군함새 한 마리가 까만 날개를 기다랗게 펴고 앞쪽 하늘을 맴돌았다. 그러다가 날개를 갑자기 기울여서 비스듬히 내려오더니 허공을 다시 맴돌았다.
 

“저놈이 뭔가 찾았어. 그냥 둘러보는 게 아니야.”
 

노인이 소리쳤다. 그리고 새가 맴도는 지점으로 느리지만 꾸준하게 노를 저었다. 서두르지 않아 낚싯줄을 여전히 팽팽하게 유지했다. 하지만 새가 맴도는 해류에 살며시 접근하면 고기를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낚을 수 있다.
 

새가 공중으로 솟구치더니 날갯짓을 멈추고 다시 맴돌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리꽂히고 노인은 날치가 수면 위로 솟구치며 필사적으로 나는 모습을 발견했다.
 

“만새기야. 커다란 만새기 떼.”
 

노인이 소리쳤다. 노인은 노를 거두고 뱃머리 아래에서 작은 낚싯줄을 꺼냈다. 철사 목줄에 중간 크기 바늘이 있는데, 노인은 거기에 정어리 하나를 미끼로 달았다. 그러고 나서 뱃전 너머로 던지고 고물 쪽 고리에 단단히 맸다. 다른 낚싯줄에도 미끼를 꿰어 뱃머리 그늘에 둘둘 말아놓았다. 그리고 제자리로 돌아와서 노를 저으며 까만 군함새가 날개를 기다랗게 펼치고 바다 위를 나지막하게 날며 먹이 쫓는 모습을 살폈다. 


노인은 청새치 한 쌍 가운데 한 마리를 낚을 때가 기억났다. 수놈은 암놈에게 언제나 양보하니, 암놈이 미끼를 먼저 먹다가 낚싯바늘에 걸려서 공포에 질린 나머지 어찌나 격렬하게 날뛰던지 금세 기진맥진하고, 그러는 내내 수놈은 암놈을 따라다니면서 낚싯줄을 뛰어넘거나 주변을 빙빙 돌았다.
 

수놈이 정말 가까이 맴돌아서 노인은 모양이나 크기가 커다란 낫처럼 생긴 꼬리로 낚싯줄을 끊는 건 아닐까 걱정할 정도였다. 암놈을 갈고리로 찍고 몽둥이로 내리칠 때도, 양날 검처럼 기다랗고 뾰족하며 가장자리는 사포처럼 꺼끌꺼끌한 주둥이를 잡고 정수리를 후려쳐서 암놈이 거울 뒷면 같은 색깔로 변할 때도, 그러고 나서 소년과 함께 배로 끌어올릴 때도 수놈은 뱃전을 서성이며 맴돌았다.
 

그러다가 노인이 낚싯줄을 정리하고 작살을 준비하자 수놈은 배 옆에서 하늘 높이 뛰어올라 암놈이 있는 곳을 바라보곤 연보랏빛 가슴지느러미를 날개처럼 펼쳐서 연보랏빛 널찍한 줄무늬를 한껏 내보이며 물속으로 사라졌다. 마지막까지 암놈을 지킨, 참으로 아름다운 놈이었다. 


좋은 일은 오래가지 않아. 차라리 꿈이라서 고기를 실제로 잡은 게 아니라면, 지금 혼자서 침대에 신문을 깔고 잠자는 거라면 좋겠어.
 

“그런데 인간은 패하려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야. 죽을지언정 굴복할 순 없다고.”
 

하지만 고기를 죽인 건 정말 미안해. 힘겨운 시간이 닥칠 텐데 작살마저 없어. 덴투소는 잔인하고 강인하고 유능하고 영리해. 하지만 내가 훨씬 더 영리해. 아닐 수도 있고. 무기 때문일 수도 있어. 
 

“그만 생각해, 늙은이. 계속 나아가. 다른 놈이 오면 맞서고.”
 

하지만 생각해야 돼. 나한테 남은 건 그게 전부잖아. 그거랑 야구. 내가 상어 뇌수를 꿰뚫는 광경을 보면 위대한 디마지오가 뭐라고 말할지 궁금하군. 물론 대단한 건 아니야. 그 정도는 누구든 할 수 있어. 하지만 손에 난 상처는 뼈 돌기만큼 심각한 장애물 아닐까? 모르겠어. 예전에 물속에서 노랑가오리를 밟았다가 가시에 찔려 끔찍한 통증에 시달리면서 무릎 아래가 모두 마비된 것 말고는 발뒤꿈치 때문에 고생한 적이 없으니 말이야.
 

“좋은 걸 생각해, 늙은이. 집으로 가는 거잖아. 배는 이십 킬로그램을 잃은 만큼 가볍게 나아간다고.”
 

노인은 해류 안쪽에 들어서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이제 어쩔 도리가 없다. 
 

“아니야, 있어. 노에다 칼을 매는 거야.”
 

그래서 노인은 키 손잡이를 겨드랑이에 끼우고 아딧줄을 밟은 채 칼을 노에 달았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 나는 늙었어. 하지만 무기가 없는 건 아니라고.”


상어가 떼로 몰려오는데 노인이 볼 수 있는 건 수면을 가르는 지느러미, 그리고 고기에게 달려드는 인광이 전부였다. 노인은 상어 머리를 닥치는 대로 내리치며 아가리가 고기 살점을 여기저기서 물어뜯는 소리를 듣는데, 일부는 고기 아래쪽을 물어뜯는 바람에 배가 흔들렸다. 노인은 느낌과 소리에 의존하며 몽둥이를 필사적으로 휘두르는데, 무언가 잡아채는 느낌이 들더니 몽둥이마저 사라졌다. 
 

노인은 키에서 손잡이를 잡아 빼, 두 손으로 움켜잡고 이리저리 마구 후려치고 내리찍었다. 하지만 상어 떼는 뱃머리까지 다가와서 한 마리씩 혹은 한꺼번에 살을 물어뜯고 물속에서 인광을 번쩍이며 방향을 바꾸다가 다시 다가왔다. 
 

노인은 한 놈이 고기 머리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곤 이제 싸움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어는 잘 뜯기지 않는 고기 머리에 아가리를 처박고 노인은 상어 머리통을 후려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연달아 후려쳤다. 키 손잡이가 부러지는 소리에 노인은 잘려나간 끝으로 상어를 찔렀다. 그래서 안으로 파고드는 느낌에 끝이 날카롭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깊숙이 찔렀다. 상어가 고기 머리를 놓고 떨어져 나갔다. 몰려든 상어 떼 가운데 마지막 상어였다. 뜯어먹을 게 더는 없는 거다.
 

노인은 숨을 쉬는 것도 힘든 데다 입에서 이상한 맛이 감돌았다. 구리 같은 맛이 들척지근해서 순간적으로 겁이 덜컥 났다. 하지만 많은 양은 아니었다. 노인은 입안에 괸 피를 바다에 뱉으며 소리쳤다.
 

“이거나 처먹어라, 갈라노. 그래서 사람 죽이는 꿈이나 꾸어라.”


나는 죄악이 뭔지 제대로 모르는 데다, 죄악을 확실히 믿는 것도 아니야. 내가 고기를 죽인 게 죄악일 순 있어. 내가 살려고, 많은 사람에게 먹이려고 그러긴 했지만 죄악인 것 같아. 하지만 그렇게 본다면 모든 게 죄악이야. 죄악은 그만 생각하자. 지금 그런 걸 생각하기엔 너무 늦은 데다, 죄악을 따져서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잖아. 그런 건 그런 사람에게 맡기자고. 놈이 물고기로 태어난 것처럼 자네는 어부로 태어난 것뿐이야. 산페드로도 어부고 위대한 디마지오 아버지도 어부였어.
 

하지만 노인은 자신이 한 일을 하나씩 따져보는 걸 좋아하는 데다 지금은 읽을거리도 없고 라디오도 없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계속하며 죄악을 떠올렸다. 
 

자네는 오로지 먹고살려고, 먹을거리로 팔려고 고기를 죽인 게 아니야. 자네가 고기를 죽인 건 자존심 때문이야. 자네는 어부니까. 자네는 놈이 살았을 때도 사랑하고 죽은 다음에도 사랑했어. 놈을 사랑한다면 놈을 죽여도 죄가 아니야. 아니, 죄가 더 무거우려나?
 

“생각이 너무 많군, 늙은이.”

 

‘비꽃’은 빗방울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튀어 오르는 물방울로 
‘불행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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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루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