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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서> 2

최진수 (mediamall)
2021-10-06 14:49:46
 
식물은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죽기 위해 어여쁜 꽃얼굴을 내민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도 그렇다.
자려고 누웠는데
꼭 자야 하는데
잠은 안 오고
온몸 모든 뼈마디들이
저마다 미세하게 떠는 거야
아니 숨죽여 우는 거였어
머릿속은 하얗고
가슴도 텅 비어 헛헛하고
급기야 제일 큰 뼈마디
저 아래 요추가 크게
흔들리더니 중추를 타고 오르며
흉추와
경추가
따라 춤을 추더군
사시나무는 본 적 없지만
그렇게 온몸이 동요했어
몸이 그렇게 영매처럼 떨릴 땐
의식은 이미 가없는 곳을 헤매고
마음도 벌써 덧없는 삶을 넘어간 거야
고통은 나누면 줄고
기쁨은 나누면 는다지만
죽음과 마주 선 그곳엔
오직 나 하나 뿐
누구도 거들거나
아무도 대신할 수 없었어
어쩌면
외롭고 또 외로운
저 절망의 심해에
쓰리고 아린
그 고통의 바닥에
삶은 제 모습을
감춰둔 건지도 몰라
그곳에 가보지 않고는
결코 알 수 없는
삶의 진면목은
부질 없이 외롭다는 거야
삶은 죽음과 잇닿아 있고
죽음은 고독의 다른 이름
허황한 들판에 홀로 선
고목도
외로우니 꽃을 피우듯
사람도 외로우니 사랑에 목메는 거야
나도 당신에게
 

 1980~90년대에 민주화운동 관련으로 여러 차례 투옥되었고 지금은 강원도 화천 오음리에서 농사 짓고 글 쓰고 생들기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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